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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북] 툇마루가 있는 고가에서 하룻밤 <영주 선비촌>

이름

최봉환

날짜

2005-01-18 [12:1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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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 울음소리 들리는 밤. 툇마루에 앉아 보는 밤하늘은 별투성이. 헛기침 한 번에 놀라 날이 샌다. 장닭 홰치는 소리 들릴 듯한 고가에서의 하룻밤.

도시의 밤은 잠을 자지 않는다. 밤에도 도시는 낮처럼 바쁘다. 그래서 사람들은 피곤하다.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지친다. 하지만 지금은 떠남에 목마른 계절, 가을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발바닥이 간지러울 만큼 떠나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다. '시체놀이'만 일삼기엔 참으로 계절이 아깝다.

지난 9월 22일에 개촌한 선비촌은 1만7,000여 평 대지에 세워진 매머드급 민속촌. 영주의 고택 열두 채를 원형대로 재현한 '문화 역사 테마파크'다.

조선시대 양반과 상민의 생활상을 두루 체험할 수 있는 일종의 전통 체험 마을로, '선비' 빼고는 모든 게 다 있다. 조선시대 저잣거리에서 고래 등 같은 기와집, 초가, 정자, 물레방아,

곳집까지 무려 76채의 건물이 들어섰다.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간 듯 풍경이 이채롭다. 최고의 볼거리는 사람이 사는 듯 꾸며놓은 고가. 방마다 삼층장과 자개장이 놓여 있고 벽엔 도포까지 걸려 있다.

부엌엔 가마솥·주전자·놋그릇이 가지런하다. 가옥마다 글 읽는 선비, 가야금 뜯는 선비 등 양반가의 생활 모습을 인형으로 재현했다. 영락없는 조선시대다.

선비촌에 재현된 전통 가옥 열두 채에서는 고가 체험, 즉 숙박도 가능하다. 제일 규모가 큰 두암고택부터 둘러보자. 6칸 대청에 방만 다섯 개. 부엌, 외양간, 마루방, 문간채, 곳간까지 갖추었다. 압권은 사랑채의 넓은 툇마루. 해 질 녘, 소백산 연봉을 적시는 노을이며 한밤, 머리맡으로 쏟아지는 별빛이 툇마루에서 보인다.

해우당고택의 안방도 눈길을 끈다. 수천 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자개장이 놓인 안방은 숨은 듯 고요한 것이 특징. 밤에도 잠을 자지 않는 도시와 달리 사위가 쥐 죽은 듯 고요하다. 그만큼 깊은 잠에 빠질 수 있고, 자고 나면 몸도 가뿐하다.

양반 집만큼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김문기 가옥, 김상진 가옥 같은 중류 가옥도 기품 있는 잠자리다. 연인이라면 김상진 가옥이 제격. 4만원에 화장실까지 딸린 가옥 전체를 단독으로 쓸 수 있다. 작고 아담하지만 초가에서 보내는 하룻밤도 제법 운치 있다.

초가 지붕 위에는 탐스러운 박이 열렸고, 마당에서는 지붕 위를 밝힌 달이 보인다. 잘 익은 늦가을빛을 감상하기엔 양반 집보다 오히려 낫다. 모든 집은 새집 증후군이 없는 황토집이고, 한 번에 100여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 도시를 떠나 선비촌 고가 내에 비치된 도포를 입고 자보는 건 어떨까. 새벽녘, 장닭이 홰를 치거든 일어나 툇마루에 걸터앉아 소백산 연봉에 내린 운해를 벗삼아 녹차 한 잔을 마셔도 좋을 터.

[Information]
찾아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풍기 IC에서 나와 931번 지방도로를 타고 부석면 방향으로 달리면 순흥면·단산면·부석면이 차례로 나온다.

소수서원·금성단·선비촌은 순흥면소재지에서 부석 방향으로 1km 정도에 모여 있다. 소요 시간은 서울에서 3시간 정도다.

Room Data
2인실은 (초가) 2만원, (중류 가옥) 2만5000원, (고택) 3만원. 4인실은 (초가·중류 가옥) 4만원, (고택) 5만원.

추가 인원 1인당 5000원, 두암고택 건넌방·김상진 가옥 안방 등 단독 가옥 (독채, 2인실) 4만원. TV 등 가전 제품이 없는 것이 특징. 인터넷 실시간 예약 가능, 주말 예약은 한 달 전쯤 해야 한다. ㅇ 054-638-7114 ㅇ www.sunbitown.com

전망 ★★☆ 소백산이 눈앞이다. 새벽녘 소백산 자락에 걸린 운해와 해 질 녘 노을이 일품. 하지만 소백산 주봉을 눈앞에 마주할 수 있는 곳은 툇마루가 높은 고택뿐. 두암고택 툇마루에 앉으면 단풍에 물든 소백산 자락을 조망할 수 있다.	객실 만족도 ★★★★ 객실마다 옛 정취 물씬 풍기는 목가구를 비치해 아늑함을 주는 것은 물론 황토방의 기운까지 고스란히 전해준다. 가구나 인테리어는 고택 쪽이 낫다. 화장실이 없는 가옥도 있는데, 이 경우 다른 가옥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부대시설 ★★★★☆ 문화 체험과 관련한 부대 시설이 많다. 서당 체험을 할 수 있는 강학당을 비롯해 소수박물관, 죽계루, 승운정 등 정자와 누각이 있고 저잣거리 내에 공방, 전통 찻집, 특산품 코너 등의 시설이 있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소수박물관. 괴헌 김영의 후손이 기증한 희귀 서적과 고문서·고지도, 민속 자료 등 2만여 점이 전시돼 있다.	체험도 ★★★★★ 선비촌은 사실 숙박 시설이라기보다 문화 체험 시설에 가깝다. 숙박도 일종의 문화 체험. 화장실 빼고는 모두가 예스럽다. 관람객 누구나 체험해볼 수 있는 전통 놀이도 있다. 팽이치기, 투호, 널뛰기, 제기차기 등. 주말에는 장작을 패서 군불을 지핀 후 고구마도 구워 먹을 수 있다. 단체라면 서당 체험도 가능.
연계 여행지 ★★★★★ 소수서원 뒷마당이 선비촌과 연결되고, 화엄종찰 부석사도 그리 멀지 않다. 가을엔 사과 따기 체험도 가능. 선비촌에서 부석사로 가는 931번 지방도로변에 사과밭이 즐비하다. 햇빛농원 등에서는 사과 따기 체험이 가능하고, 현장 판매도 한다. 30여 분이면 풍기온천과 소백산까지 접근할 수 있다.	가격 대비 만족도 ★★★★ 하루 숙박료가 2만~5만원 사이다. 시설에 비해 아주 저렴한 편. 입실 시간이 오후 6시이므로 낮에는 선비촌과 소수박물관, 소수서원을 관람하고 밤에는 마루에 누워 별을 헬 수 있다. 선비촌에 머물며 황토 염색, 도자기 만들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더욱 좋다.

[주변 즐길 거리]
'소수서원'
선비촌을 방문한 이상 소수서원을 빼놓을 수 없다. 죽계천만 건너면 바로 소수서원 뒷마당.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한 바퀴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여 분.

하지만 소나무 그늘 아래 앉아 은은한 솔 향기를 맡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난다. 죽계천 건너, 소나무 사이에 있는 취한대도 볼거리다.

공부에 지친 선비가 한가롭게 풍류를 즐기던 정자답게 취한대는 소수서원에서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곳.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진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사적 제55호)은 명성에 비해 소박하고 아담한 것이 특징. 강의와 토론을 했던 강학당, 스승의 집무실 겸 숙소인 일신재·직방재, 학생 숙소인 학구재·지락재 등 몇 채의 낡은 한옥이 전부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자연과 어울림이 빼어나 쉬기에는 딱 좋다.
ㅇ 순흥문화유적권 관리사무소 054-634-3310 | 입장료 (선비촌·소수박물관·소수서원 통합) 어른 3000원

'풍기온천'
선비촌과 소수서원, 부석사 등을 오가는 길에 이용해볼 만한 온천. 불소가 함유된 알칼리성 유황온천수로 만성 관절염, 신경통, 동맥경화증, 당뇨병, 만성 기관지염, 피부 미용에 효과가 있다.

냉탕, 온탕, 미온탕 등 온천탕과 함께 건식, 원적외선, 인삼 사우나를 갖추고 있으며 부대시설로 노래방과 식당도 있다. 눈에 띄는 시설은 인삼 사우나.

묵은 스트레스까지 한 방에 시원하게 풀린다. 풍기읍에서 소백산 희방사로 가는 5번 국도변에 있어 찾기도 쉽고, 이용 후 중앙고속도로 풍기 IC로 진입하기도 좋다.
ㅇ 054-639-6911~2 | 06:00~20:00 | 입욕료 어른 4000원 | www.sobaeksanpunggispa.or.kr

[먹을거리]
'선비촌 묵집'
선비촌 저잣거리 내에 있는 묵 전문점. 양념한 묵을 채썰어 조밥과 함께 낸다. 멸치, 다시마, 양파 등 각종 재료를 넣어 끓인 국물은 시원하고 담백하며, 100% 국산 메밀로만 만든 묵은 부드럽다.

도토리묵과 달리 쫀득거림이나 찰기가 없어 뚝뚝 끊어지지만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 일품. 인공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맛을 낸 김치와 깍두기도 별미다.

'사고 싶다'는 손님의 말을 수시로 들을 정도로 맛 좋은 깍두기와 담백한 묵밥이 잘 어울린다. 이 집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문살 고운 한옥에 앉아 먹을 수 있다는 것. 입맛도 살고 분위기도 난다. 서울에서는 맛보기 힘든 배추전도 있다.
ㅇ 016-546-2314 | 08:30~21:00, 연중무휴 | 묵밥 5000원, 인삼파전 8000원, 배추전 5000원, 조껍데기술 5000원

발췌 : 애니카 라이프 > 자동차로 떠나는 여행 > 이색 숙소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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