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가 살아있는 곳, 인사동
차가운 바람이 뼈속까지 스며드는 계절, 겨울입니다. 겨울에는 왠지 사람의 정이 , 그리고 어머니의 따뜻한 손맛이 그리워지지 않으신가요? 인사동도 예전같지는 않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인사동은 서울의 그 어떤 거리보다 ‘사람’이 있어서 아름다운 거리입니다.
◇시가 있는 전통찻집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라는 고 천상병 시인의 시로 더 유명한 찻집 ‘귀천’. 19년 동안 사람들의 정겨운 냄새가 밴 골목안 작은 찻집에서 2003년초 자리를 옮겼다. 본래 ‘귀천’이 있던 건물이 다른 사람에게 팔린다는 얘기를 듣고 천상병 시인의 부인 목순옥 여사가 다른 곳으로 옮긴 것.
귀천에는 여전히 고운 모습의 목 여사가 손수 담가서 2년 정도 숙성시킨 모과차와 유자차가 넉넉한 양으로 사람들을 맞고 있다. “감기 기운이 있을때 여기 모과차가 생각난다는 이들이 종종 찾아와요. 여기서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종종 시 낭송회도 열 계획이에요.” 목순옥 여사는 은은한 소국향처럼 마음이 쓸쓸한 이들에게 따뜻한 ‘어머니’같은 모습으로 인사동을 지키고 있다. (02) 3210-2288
◇마음이 있는 공방 ‘제 3공간’
제 3공간의 작은 칠판에는 ‘마음을 만들어 드립니다’라고 쓰여져 있다. 마음을 도대체 어떻게 만들까? 공방 주인인 김기안씨는 마음을 어떻게 만드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금속을 그냥 보면 아주 차갑잖아요. 그런데 그 차가운 금속을 구부려서 모양을 만들고, 색을 입히면 따뜻한 물건이 만들어져요”
김씨의 답변처럼 제3공간에는 차가운 금속이 고양이, 토끼, 꽃, 사람의 발바닥 모양으로 만들어져 전혀 금속같지 않다. 태양과 철망으로 이루어진 간판과 갖가지 그림이 그려져 있는 문안에는 ‘제 3공간’이라는 또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그곳에는 10년 이상 묵묵히 ‘마음을 만들어 온 사람’의 정성이 차가운 금속 안에 살아 숨쉬고 있다. (02) 737-8928
◇추억이 있는 카페 ‘볼가’
기와지붕에 벽은 하얀색으로 칠했고, 빨간색 문을 달아 동화 속에 등장하는 집처럼 꾸몄다. 볼가의 흰 외벽에 원래는 담쟁이 넝쿨이 무성한데 겨울이라 잎이 다 떨어져, 흰 트리에 반짝이는 불로 장식을 해 놨다. 빨간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가면, 작은 새장의 새가 재잘거리고 파란 공중전화와 와인병, 어렸을 적 추억이 있는 오르간이 보인다.
아기자기하게 ‘볼가’를 꾸민 솜씨를 보면 천상 ‘여자 주인’일 것 같은데, 볼가의 주인은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아저씨, 장진용씨다.“여기도 벌써 16년이 됐어요.그때와 지금은 사회도 많이 바뀌었고, 여기 인사동도 너무 많이 변했지요. 휘황찬란한 간판으로 인사동을 망치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죠.” 겨울철, 볼가에 가면 특별한 알콜이 들어간 차를 마실 수 있다. 레드 와인을 뜨겁게 데운 ‘머드와인’. 진한 커피에 브랜디를 섞은 ‘카페 아베크’, 허브차에 칵테일 베이스 중 하나인 화이트 카카오를 넣은 ‘핫 민트’, 오렌지를 갈아 따뜻하게 데운 ‘오렌지 차’ 등은 추위에 언 몸을 녹이기에 그만이다. (02)739-3652
◇잊을 수 없는 맛,‘털보네 호떡’
‘털보네 호떡’에는 늘 호떡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다. 서울 종로의 한 회사 건물 앞에서 5년간 호떡을 팔다가 인사동으로 옮긴지 3년 남짓, 이제는 겨울철 인사동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별미로 자리잡았다. 문인자 할머니는 아침에 일정량의 반죽을 만들어 와서 반죽이 다 떨어지면, 그 시간이 바로 퇴근 시간이다. 그래서 주말에는 저녁 7시만 되어도 반죽이 다 떨어져 문인자 할머니의 호떡을 구경하기 힘들다.
느끼하다고 안 먹겠다던 사람도 털보네 호떡 한개만 맛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몇 개를 더 사간다. 노란 옥수수 알갱이가 톡톡 씹히는 문인자 할머니의 호떡, 인사동 거리를 거닐다가 꼭 한번 맛보기를. 단, 노점의 특성상 털보네 호떡을 만날 수 있는 곳은 ‘그때 그때 다를 수’ 있으니 참고할 것.
◇장난감 전시창고,‘토토의 오래된 물건’
30~40대 성인들이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과 학용품, 교과서 등이 가득한 토토의 오래된 물건에는 오랜만에 열어본 장남감통처럼 추억의 물건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 딱지와 불량식품, 게임 도구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건들을 아련한 눈빛과 어린이 같은 얼굴로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 들어갈 때 입장료 500원을 내면 옛 교과서 모양의 메모장을 선물로 준다.
(02) 725-1756
◇인사동의 새로운 명소,‘쌈지길’
골목마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인사동에 지난해 12월 들어선 쌈지길은 나선형 건물에 공예품점과 문화상품 가게, 갤러리,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인사동 안의 또 다른 인사동’이다. 층개념 건물이 아닌 길과 길이 이어진 골목길 개념의 개성 있는 건물로, 천천히 작고 정겨운 가게를 둘러보다 보면 어느새 하늘 정원에 다다르게 된다. 쌈지길은 앞으로 다양한 전시와 문화행사도 선보일 계획. 현재 쌈지길 내 갤러리 쌈지에서는 신세대 작가 최두수의 ‘산 자르기전’이 열리고 있다.(www.ssamziegil.co.kr)
등록일 : 2005-01-19 ● 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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