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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방울 유태경(작성일 : 2016-03-31 11:19:17, 조회 :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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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 만우절      


유 태 경

애지중지 키워온 외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있다는 연락이 왔다. 온 가족이 응급실로 달려가 아들 내놓으라고 울고불고했다는 만우절에 얽힌 일화가 있다.

  

4월 1일은 사소한 거짓말이나 장난을 쳐도 나무라지 않는다는 만우절이다. 힘든 생활에 웃음을 잃어가는 것이 현대사회에 거짓말과 농담으로 서로가 웃고 즐길 수만 있다면 생활에 활력소가 되어 정말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매년 만우절은 장난 및 허위전화에 시달리는 소방. 경찰 공무원들에게는 가장 피곤한 날이다.

  

해마다 만우절이 되면 40여 년 전의 일이 생각나서 웃음이 난다. 당시 직장에 갑돌이라는 고향 친구가 있었다. 부서도 나와 같아서 자연스럽게 퇴근 후에 술자리도 함께하는 일이 많았다. 어느 날 다른 직장에서 일하는 고향 친구 형만이가 찾아왔다. 그의 아내인 행자도 같은 동네에 살았고 초등학교도 같이 다녔기에 우리는 서로 심한 농담도 곧잘 주고받는 사이였다.

  

퇴근 후라 우리는 술집에 갔다. 각자의 직장 이야기에서 상사의 흉까지 안주로 삼아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덧 취기가 올랐다. 밤 10시가 가까웠다. 형만이는 그만 마시고 집에 가야겠다고 한다. 갑돌이는 오랜만에 만났으니 다른 술집에 가서 한잔 더 하자고 했다. 형만이는 첫돌이 지난 아들이 눈에 밟혀 집에 가야겠다며 아들 자랑을 늘어놓았다. 아들 없이 딸 셋을 둔 갑돌이의 심기가 몹시 불편해 보였다. 삼대독자인 갑돌이는 평소 아들이 없어 부모님께 불효하고 있다며 아들 타령하던 효자였다.



갑돌이는 술병이 비워지자 술 한 병을 더 시켜 아무 소리 않고 술만 홀짝거리며 마시기 시작했다. 형만이의 아들 자랑이 한참 계속되자 갑돌이는 마치 아들 없는 자기를 놀리는 것으로 생각했는지 정색하며 외쳤다.

  

“야, 인마. 세상에 아들 가진 놈이 너뿐이더냐? 너 아들 얼굴이나 잘 살펴봐라. 너를 닮았나, 나를 닮았나. 바보 같은 놈아.”

“뭐라고? 아무리 우리 행자도 네놈과 친구 사이라지만, 내 아들을 가지고 그런 심한 농담을 하나?”

  

“그래, 너 말 잘했다. 내가 무덤까지 가지고 가려고 했던 비밀인데, 너 큰딸 얼굴도 자세히 보아라. 눈․ 코․ 입이 너하고 비슷한지 아니면 나하고 같은지?”



주위 사람들의 눈길은 자연히 우리의 술자리로 모였다. 피식피식 비웃는 사람도 보였다. 나는 강제로 술자리를 정리하며 급한 김에 술집주인에게 외상처리를 하고 다 같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헤어졌다. 그날은 4월 1일이었다.

  

얼마 후 일요일, 형만이가 나를 찾아왔다. 얼굴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나는 생각도 없이 갑돌이도 불러 같이 한잔하자고 하는데 형만이는 한사코 나와 단둘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부근에 있는 통닭집으로 갔다. 술부터 찾은 형만이는 몇 잔을 쭉 들이켜더니 입을 열었다.

“나, 우리 집사람과 이혼할 생각이야.”

“뭐야? 무슨 일인데 그래?”

지난번, 갑돌이와의 술자리가 있었던 후 집에 가서 아들과 딸의 잠자는 얼굴을 자세히 봤다고 했다. 딸의 입술과 아들의 코는 영락없는 갑돌이를 닮았다고 했다. 평소에 아내인 행자가 갑돌이를 “오빠”라고 부르고, 갑돌이도 아내를 “행자야.” 하며 친하게 지내는 것도 이상하다고 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고향 친구니까 그렇지. 뭐, 딴 뜻이 있겠나.”

나는 지난번 술을 마신 날이 만우절이었음을 상기시키며 형만이를 달래서 돌려보냈다. 그런데 다음 날 형만이가 또 나를 찾아왔다. 자신의 아내인 행자에게 그동안 경과를 다 이야기했단다. 그런데, “그 오빠, 본래 농담 잘하잖아요. 어서 잠이나 잡시다.” 하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 코를 골더란다. 형만이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아내의 얼굴, 딸의 얼굴, 아들의 얼굴을 요리조리 다 살펴보았단다. 생각할수록 괘씸한 생각이 들었고, 이제는 아들의 발가락까지 갑돌이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니, 확신한다고 했다.

  

일이 악화되기 전에 나는 갑돌이 부부에게 연락하여 같은 술집에서 만났다. 한잔하면서 형만이와 행자 부부 사이가 심각하게 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듣고 있던 갑돌이의 아내가 남편에게 “어떻게? 그런 심한 농담을 해서 이 지경까지 만들어 놓았어요?”라고 한다. 알고 보니 갑돌이 내외도 똑같은 일로 싸웠다고 한다.



며칠 후, 나는 어렵게 두 가족을 함께 모이게 했다. 술자리에서 아들 가진 형만이의 지나친 아들자랑 때문에 아들 없는 갑돌이가 화가 나서 만우절 농담을 한 것이니 화해하라고 했다. 그리고 유전자 검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만우절 농담이었는데 무슨 유전자 검사냐?”라며 반대했지만, 나는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갑돌이는 “아들 없는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만우절 농담에 직장까지 하루 빼먹어야 하나.”라며 툴툴댔다.

  

이혼하겠다며 법원까지 다녀온 두 부부의 만우절 전쟁은 그렇게 끝났다. 지금은 다들 알콩달콩 잘살고 있다. 우리는 싸움이 시작된 술집 이름을 ‘만우절’로 바꾸어 부르고 해마다 4월 1일 그곳에서 다 함께 멋진 잔치를 벌인다.

  

다행히 무사하게 마무리되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한다. 아무리 만우절이라 해도 거짓말은 가려서 해야겠다. 서로의 기분이 좋아지는 거짓말만 하는 만우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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