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5月 27日
오늘도 꽤 맑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무척 그리울 정도로 날씨가 더웠다.
오전, 박영규 선생께서 쓴 신라 왕조실록을 읽었다. 진흥왕 실록을 읽다가 화랑도에 관한 내용을 읽었는데 신라는 성문화가 지금의 현대사회만큼이나 문란했다. 선생은 이렇게 되었던 이유를 골품이라는 계급과 이를 바탕으로 왕위세습에 이유를 두고 있다. 그러니까 성골은 부모 모두가 왕족인 사람인데 이는 가족 간의 결혼풍습을 낳았다. 그러니 어릴 때 함께 자란 형제자매나 사촌 간이 된다. 그러니까 형제자매나 사촌이 이 세를 보는 것은 왕족으로 목적을 두는 것이지만 진정 사랑이 있으면 다른 배우자를 택해 결혼하는 것도 비일비재하게 많았다. 나는 이 성문화를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가족적인 문화가 그나마 폭군을 낳지 않았던 건 아닌지 이러한 가족력이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은 아닌지 하며 생각해본다.
신라는 참으로 독특한 문화를 낳은 셈이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왕위 세습도 박, 석, 김으로 이어지다가 17대 내물왕 때부터 완전히 김 씨 세습으로 잇는다. 이렇게 성씨가 다른 왕으로 이을 수 있었던 것은 신라가 모계사회였다는 것이다. 또 하나 독특한 문화는 마복자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배를 문질러서 낳은 아이’라는 뜻으로 왕족 중 어느 부인이 임신했다면 그 부인을 왕은 받아들여 함께 살면서 즉 살을 맞대고 정을 통함으로써 태어날 아이와 인연을 맺는다. 이는 일종의 의제가족 관계를 맺는 풍습인데, 성적인 접촉을 그 수단으로 삼는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 세계사 어디를 보아도 이런 유례는 없다고 한다. 법흥왕은 소지왕의 마복자 출신이라 선생은 적고 있다. 이는 또 영광스러운 일이라 훗날 화랑의 문화를 낳기도 한다.
서강 이 사장께서 다녀가셨다. 새로 출시된 연유 몇 개 주고 가셨다. 하나는 본점에 가, 직접 맛을 보았는데 코코넛 향이 아주 진해서 이전에 사용했던 연유에 비하면 차별이 많이 날 정도로 좋았다. 이때 화원에 일하는 후배 이 씨가 교육받고 있었다. 이 씨께도 맛을 보였다. 모처럼 드립 교육을 받고 있어 참관하며 지켜보았는데 오 선생의 부탁으로 드립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시행하면서 보여드렸다. 나중에 후배는 하리오 드리퍼와 거름종이를 사 가져갔다. 거기다가 매장에 쓸 아메리카노 원두와 에스프레소 기계 그라인더를 샀는데 가게에 여러모로 쓰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아메리카노 전용과 에스프레소 전용으로 구별해서 쓰는 것이 된다.
오후, 청도 두 곳, 대구 한 곳에 커피 주문이 있었는데 서 부장께 맡겼다. 오늘은 사무실에 줄곧 있었다. 소득세 신고 관련으로 여러 가지 자료를 갖추기 위함이었다. 작년 매출이 4억이 넘었다고 세무서에서 전화가 왔다. 작년 인건비만 1억천만 원이 넘었으며 삼성카드만 사용금액이 구천만 원에 이른다. 가게 세와 금융기관대출이자가 남았다. 올해는 세무 관련 일이 또 뭐가 바뀌었는지 세금을 다른 때보다 더 많이 내니 자료를 충분히 갖춰 가져오라며 신신당부를 한다. 나는 또 몸이 실실 아프다. 신경이 갑자기 당겼는지 입맛이 없어 저녁을 먹지 않았을 뿐 아니라 뼈마디가 골절한 것처럼 아팠다.
단지 20
봉고스타렉스앞범퍼가쓰다가구긴종이처럼알아볼수없었다.평탄한길같다가도모르는어느돌부리에콱찍었는데찢는종이처럼그냥지나갔다.하루가그렇게지나갔다.하지만봉고스타렉스가안중에없었던끄트머리는늦은오후뼈마디가욱신거리는상황에서일어났다.바깥으로나가보니눈알이튀어나왔고턱이조금내려앉았다.아무렇지않게하루를달렸고지금은석양을등지며서있었다.천방지축뛰어놀다온어린강아지처럼색색안기며있었는데열기는아직식지않았다.아직가야할길이수만수천리라거저보기에안쓰러웠다.
청도 다녀온 서 부장은 오후 늦게 차가 심하게 긁었다며 보고한다. 나는 무척 놀랐는데 어데 하며 뛰쳐나갔다. 자세히 보니 앞범퍼 긁은 데다가 부분적으로 부서졌지만, 이는 다 부서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전조등이 상대적으로 툭 튀어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탈 수는 없는 지경이라 내일 정비공장에 넣어야겠다며 한마디 했다. 언제 사고가 났느냐고 물었더니 어제 일이 발생하였고 오늘에서야 보고하는 거라고 했다. 인사사고가 없으니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단지 21
허리잘뚝한잔을만졌다.손에잡기편한데빨대꽂은커피가있다.마냥구부려당겨야하는데얼음은잘녹지않는다.하마터면노란탁자에묻은얼룩이하늘빛담은거라자세히들여다볼필요는없다.거울처럼큰눈동자만별빛그리며있다.모든세계는다볼록하다.알아볼수없는한방울이슬처럼아직도타오르지못해죽은숨결에스미려한다.코팅한바닥이아주미끄럽기만한데어느새냅킨한장석갖다된다.죽죽당긴잔에얼음만있다.블루마운틴은장자의나비처럼왔다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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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