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6月 06日
날씨는 꽤 맑았으나 내 머릿속은 온통 흐렸다.
고정관념이 있다. 이 말은 변하는 것을 잘 받아들일 수 없는 어떤 사고방식, 행동을 주로 결정하는 확고한 의식이나 관념을 말한다. 기준이라는 말이 있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고정관념이 강하고 기준이 있는 사람은 외부세계를 바라보는 관점도 벽 같다. 그러니 그 벽을 허문다는 것은 가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모두 편한 세계를 추구한다. 하지만 이 세상은 편한 세계란 없다. 저쪽보다 이쪽이 조금 더 편할 수는 있어도 대해보면 또 그렇지 않다. 모든 것이 힘들고 어렵고 생각을 필요로 한다. 인간관계에 어떤 답이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바다는 있어도 파도는 모양을 그릴 수 없다는 것이 된다. 커피를 가르친다는 것은 수많은 파도를 이르는 것이지 바다의 깊이를 말할 순 없다. 파도의 모양을 이야기하며 대충 바다가 어떻다는 것을 묘사할 뿐이다.
아침 토요 커피 문화 강좌를 가졌다. 어느 교육생이었다. 카페를 하고 싶은데 어떤 유형의 카페를 그려야 할지 고민이었다. 테이크아웃만 하는 마치 줄 연이어 파는 어떤 카페처럼 아니면 카페 건물을 지어서 한마디로 뽐 나는 카페를 할지 두 번째 어느 쪽이 수익이 더 큰지 셋째 어느 쪽이 머리가 덜 아프고 편한지 넷째 어느 쪽이 더 오래 할 수 있으며 평생직업과 같은 일이 될 수 있을지 말이다.
단지 31
굴착기는딱따구리처럼경계를파고있었다. 옆집이었다. 보이지않은세계를믿음으로일관하고솔잎같은꿈을세웠다. 새떼그리며나는소나무밑전시장보라. 미실은개미의궁전을뭉갰다. 꿀담은미래를무시했으며나비의고향에부러뜨릴수없는목침을놓았다. 구두는길잃은땅강아지처럼물집나서두툼한입술에따까리같은세상을남겼다. 경계가부서지고카페인같은보도블록이놓이고그위주워담을수없는모래소음이놓일때조개는서식할것이다.
압량에는 동원이가 나왔다. 곧장 본점에 들어가 강좌에 오신 모 선생과 대화하였다. 카페를 차릴 자금도 충분히 있으신 듯했다. 경산에 카페 할 만한 곳이 있는지, 그러니까 카페 건물을 건축해서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여기서 배워나간 교육생이 많고 동네마다 알게 모르게 영업하시는 분도 적지 않게 많아서 어떤 자리를 선뜻 권할 수는 없는 처지였다. 좋은 자리가 있으면 보아 드리겠다며 조언을 했다. 약 한 시간 이상 대화를 나눈 것 같다.
오 선생과 약속한 상담이 또 있었다. 이 일로 점심이 꽤 늦었다.
경산, 어느 광고회사에 다니는 모 선생이다. 바깥어른은 공무로 일하시며 선생도 직장 다닌 지 오래되었다고 했다. 바깥어른께서 꽤 만류하지만, 말년을 대비하고 싶어 이렇게 상담이 필요했다. 교육을 받고 싶어도 낮에는 일하러 다니기 때문에 어렵다며 저녁에 받을 수 있는지 물으셨다. 하지만 오 선생은 여간 힘든 일이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국밥집에 가 국밥을 먹은 시각이 오후 3시가 넘었다. 오 선생은 국밥 먹다가 나에게 질문을 했는데 답이 뭐냐고 묻는다. 그러니까 질문은 ‘고객은 어느 카페에 우선으로 가고 싶어 할까?’ 였는데 뜬금없는 질문에 뭐라고 답변을 못 했다. 나는 거저 커피 꽤 좋아하는 바리스타가 일 보고 있으면 가지 않을까! 하며 묻는 말에 답변은 해야 해서 얼버무렸다. 딱 잘라 말하는데 아니야, 젊고 예쁜 사람이 바(bar)를 보고 있으면 그 집에 자주 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호! 듣고 보니 맞는 말 같다. 그러면서 우리 카페를 예를 들었는데 본점장, 최 선생, 조감도 점장, 배 선생, 박 군 등 여럿이 거론 되었지만, 젊고 예쁜 사람은 우리에게는 해당하지 않은 말이다. 물론 본부장, 오 선생도 꽤 늙었음이라!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면 그게 못 미치는 만큼 공부해야 하는 것이 논리다. 예외도 있었는데 정의 군은 꽃미남이라는 것이다. 옆집 오릿집 아주머니는 정의 보로 자주 온다는 거였는데 정의가 나가고 나면 어쩔까 하는 마음이다. 나는 웃고 말았다. 내가 보기에는 동원이가 더 미남이지 않나! 하며 얘기했더니 동원이는 오히려 남자들이 더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 크게 웃을 수는 없었지만, 동원이가 들으면 꽤 좋아하겠다는 생각이다. 안 그래도 요즘 마음이 많이 불편하게 보이는 동원이다.
사동에서 책을 꽤 읽었다. 본부에서도 책을 꽤 읽었는데 몸이 아주 아팠다.
저녁, 본부에서 쉬었다. 참치 해체 작업하는 사람을 보았다. 돌덩이 같은 참치를 톱날에 자르고 가죽을 벗기며 횟감으로 먹기 좋게 다듬는 일이다. 유튜브에 오른 동영상을 보았다. 1년 내내 강한 추위에 고된 작업이며 위험한 일이다. 집에서 쉴까 했지만, 몸이 더 좋지 않아 내려와 자리에 앉아 보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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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