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6月 07日
맑았다. 시원한 아이스 드립 커피가 그리울 정도로 더웠다.
오전 모든 영업장을 개장하고 본부에 와서 마치 실업자처럼 쉬고 있었는데 시지에 사업하시는 우드 테일러스 카페 점장께서 오셨다. 가게에 쓸 생두와 부자재가 필요했다. 본점에서 만나 뵈었는데 마침 이때 최 선생이 출근하여 아이스 드립을 청하고 나는 위층에 올라가, 생두 케냐와 블루마운틴을 담았다. 아주 오래간만에 오셔 가게 돌아가는 사정을 이것저것 들으며 또 본점 소식도 전했다. 엊저녁에 사장님께서 과음하셨는지 오늘 아침, 가게 청소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나저나 아침 가게 문을 닫고 오시어 마음은 불안해 보였다.
오후, 집에서 쉬었다. 점심은 라면이었다. 몇 시간 책을 읽으며 보냈다. 고려 시대 왕조를 읽었는데 삼국유사를 쓴 일연을 다시 보게 되었다. 삼국유사는 일연 스님께서 청년 시절에 사료를 모아 70세 이후 노년기에 집필한 책이다. 스님은 1289년, 89세의 일기로 세상을 떴지만, 제자 무극에 의해서 1310년에 처음 목판본으로 간행되었다. 이 책은 시대가 거듭할수록 우리의 고대사, 지리, 문학, 종교, 언어, 민속, 사상, 미술, 고고학 등 모든 부분의 열쇠를 제공하는 총체적 문화유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스님은 경산 사람으로 삼성현 성인 중 한 분이다. 삼국유사를 썼던 가장 큰 동기는 아무래도 몽고 지배에 우리 민족성을 각성하기 위함일 것이다.
오후, 사동에 잠시 있을 때였다. 시인 김현승 선생은 호가 ‘다형茶兄’ 인데 직접 만드신 호다. 그만큼 커피를 사랑했다. 선생의 시로 우리가 익히 아는 거는 ‘가을의 기도’가 있다. 앞만 조금 언급하면 ‘가을에는 /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선생은 열두어 살 때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고 하니 참! 일찍 맛을 본 셈이다. 그때 이후로 하루 몇 잔씩 습관적으로 마셨다고 한다. 또 그만큼 오래 마셨기에 커피 하나만큼은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집에 손님이 찾아오시면 물부터 끓였는데 꼭 선생의 방식대로 커피를 태웠다고 한다. 그리고 여름철엔 일곱 시쯤, 겨울철엔 여덟 시쯤이면 반드시 집 근처의 다방에 나가 좋아하는 종류의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있었다고 하니 이 시간만큼은 하루 일과 중 가장 쾌적한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선생께서 커피와 고독으로 이룬 시간이 시의 영향으로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조감도 음악회 이달 며칠에 하나요?’ 가슴이 뜨끔거렸지만, 당분간 음악회 안 한다고 친절히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 근데, 그 뒤 잇는 말이 가슴에 더 와 닿았다. ‘그러면 요즘 카페 마케팅은 어떻게 해요?’ 이 말을 들었을 때 아! 이분은 카페 하시는 분 아니면 광고업계에 일하는 업자다. 그렇지 아무래도 고객께서 음악회에 관심 둘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분께서 마케팅이란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또 여실히 깨닫고 만다. 그간 무엇을 했나? 또 무엇을 생각하며 있고 얼마나 실천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32
공기빼면마침표고공기넣으면느낌표였다. 이느낌이없었다. 비가오고그다음날말간날느낌을앞에세웠는데서지않았다. 지퍼를열고똑딱스위치확인하며만져보아도꼼짝하지않았다. 느낌없으니그날도그다음날도손이줄었다. 애초에느낌을들고온봉고에전화했더니안그래도주말에들러확인하겠다고했다. 풀죽은느낌을확인한다. 이래만져보고저래만져보아도꼼짝하지않는다. 더는안되는지, 빠듯한시간에예의상들린건지, 주말쉬고월요일보자고했다. 느낌은탁막힌공간안에다가놓아두었다. 비스듬히세워서뚜껑도덮지않고손은내내줄었다.
압량 마감하고 본점에서 콩 볶고 있었다. 아! 실습생 정석 군 가족(부모님과 여동생) 모두 카페에 오셨다. 콩 볶다가 얼떨결에 인사했다. 잠시 후, 처가에 다녀온 건지 오 선생이 들어 닥쳤다. 오늘 본점에서 큰 로스터기로 콩 볶을 일 있는데 하며, 뭐라 뭐라 했다. 이왕 볶는 콩은 계속 볶을 수밖에 없었다. 저녁을 먹지 못했는데 9시 지난 시각에 집에서 먹었다. 약 2주간 김치 없이 살았다. 나만 아는 일이다. 곁에 김치냉장고에는 있었지만 아무도 김치 얘기를 하지 않았으며 아무도 꺼내려고 생각지 않았다. 처가에서 가져온 곰국을 데워 먹었는데 도저히 그냥 먹을 수는 없었다. 김치를 직접 끄집어냈다. 아! 이 김치 맛, 고려 말 때였다. 원나라 지배하에 있을 때였는데 그때도 고려인은 중국뿐만 아니라 어디든 대외교역상 많이 진출했다. 고려인이 사는 곳에는 여지없이 김치가 있었던가 보다. 지금도 중국 광저우(광주)에는 배추가 고려추로 통하니 말이다.
각주]
*고려왕조실록 박영규 지음, 충렬왕 실록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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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