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6月 17日
맑았다.
아침 샤워 할 때였다. 화원에 사업하는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배님 다트 설치기사 왔는데요, 잠깐만요 전화 바꿔 드릴게요.’, 머리는 샴푸로 뒤범벅인 데다가 몸은 물기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별수 없이 대충 닦고 전화 받았다. 다트는 내부에서 외부로 빼는 환풍구 제일 끝에다가 바람을 빼낼 수 있게 송풍 모터 하나 달아야 한다. 힘은 최소 1/4마력은 되어야 하며 내부에서 통제할 수 있는 똑딱 스위치 하나 달아놓으면 사용자는 편하다. 기계에서 바로 연결하는 다트 부위도 개폐할 수 있는 레버가 있어야 한다. 아침 샤워하다가 받은 전화로 그만 수염을 깎지 못했다.
커피 이론 교육, 대장정을 마쳤다. 몇 번째 과정인지는 나도 모른다. 전에는 칠백몇 번째까지 수를 적어왔지만, 이것도 안 적은지가 꽤 오래되었다. 나는 아마도 팔백 번째 아니 구백 번째가 아닐까 하며 생각한다. 그러니 교육받은 사람은 이보다 더 되겠다. 교육받은 사람 중에는 자신의 꿈 찾아 여행을 즐기시는 분도 있으며 어떤 분은 아직도 머뭇거리며 매년 상담만 하는 분도 있다. 내가 꿈이 있다면 장소와 자본이 크게 중요치 않다. 아주 작지만, 커피 일을 소신껏 시작하는 분도 꽤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도전하지 않으면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진리다. 교육을 끝까지 재밌게 들어주신 교육생께 지면이나마 감사한 마음을 놓는다.
봉덕동에서 사업하는 모 사장님께서 카페에 오셨다. 빵을 구울 수 있는 오븐이 필요했다. 사모님과 따님도 함께 오셨는데 일단 사동에 모셨어, 기계 오븐 기를 보여드리고 기능을 설명했다. 이 선생께서 하시는 카페는 남구청에서 가깝다. 어제 뉴스에 대구 남구청 쪽에 ‘메르스’ 환자 이야기가 있었다. 이 일로 남구청 거리에 사람이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오늘도 이렇게 온 가족이 나오신 건 어차피 가게 문 열어도 손님이 없기에 이 기회에 문 닫고 나오신 거라 했다. 작년은 ‘세월호’ 사건 이후로 경기 꽤 위축되었다만, 올해는 ‘메르스’로 인해 위축되는 경기를 본다. 이래나 저래나 서민은 살기 힘든 세상이다.
우드, 교회, 정평, 시지 애견카페, 사동에 커피 배송 있었다. 본점에 일하는 최 선생의 동생 최 씨와 함께 하양에 다녀왔다. 여기는 토요문화강좌 통해서 알 게 된 곳이다. 부동산 사무실이다. 주말강좌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라떼만 전문으로 오 선생으로부터 교육받았다. 오늘 여기에 온 것은 그간 테이크아웃만, 샵인샵 개념으로 해보겠다며 말씀 주신 적 있었는데 바(bar) 작업이 모두 끝났다고 했다. 들러서 확인했다. 바(bar)는 철제로 만들었다. 단면적으로 철제 받침대를 만들어 나무를 끼워서 사용하게끔 하였는데 그런대로 모양이 괜찮다. 부동산 사무실은 그대로다. 앞유리를 들어내거나 내부공간미를 따로 만들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받침대 하나만 덜렁 있는데다가 수도와 하수도처리만 해 두었다. 그래도 기계를 놓고 영업하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일단, 해보고 또 어찌해보겠다는 심사였다. 괜찮았다. 다음 주 초쯤에 기계를 설치해 드리기로 했다.
단지 43
담벼락에심은살구나무있었네 밑바닥천석이라어
찌살수있으리하며심었던살구, 봄이오고꽃이피
고이파리무성히피었네 나무는제홀로자라튼실
하게컸다만, 나는그를잊었네 어느새바람이불고
길바닥에노랗게익은살구몇알떨어뜨릴때난알았네
커피는 허울 좋은 미끼 같다. 늦은 밤 아이들과 함께 시지 어느 골목길 지나가는 길이었다. 우드는 거래처라 안다지만, 바로 그 옆에 또 카페가 생긴 것 같다. 그러니까 ‘벙커’와 ‘나비드’ 사이에 어느 건물에 1층이었다. 지나면서 얼핏 본 기억으로는 약 열 평 좀 안 돼 보였다. 물론 이 카페 말고도 이 부위는 카페가 많다. 흔히 쓰는 말로 한집건너 한집이 카페라 하지만, 실지로 한 집 건너 한집이 되었다. 그만큼 카페가 많다. 카페는 많지만 실지로 영업이 되는 곳은 몇 집 안 되니 이것이 더 큰 문제다. 제삼자 처지로 뭐가 걱정이겠느냐며 묻는다면 이것은 모르고 하는 말이다. 영업이 안 되면 가격은 밑바닥으로 떨어뜨리게 되며 이것은 제대로 영업하는 카페는 그야말로 소비자께 비난의 대상이 되니 어찌 걱정이 안 될 수 있겠는가!
오늘 시지 애견카페에 다녀온 일이 있다. 사장은 30대 중반으로 아주 점잖은 분이었다. 개업하고 한 몇 달은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마케팅의 하나로 지역광고와 현수막 광고를 꾸준히 해왔다. 물론 이러한 홍보 덕택에 손님은 항상 있었으나 흑자경영은 아니었다. 손익을 분석한 결과 가장 큰 경비가 인건비였다. 한 사람을 고용해서 오랫동안 함께 일했지만,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나가는 임금이 이백여만 원 이상 나갔다. (여기는 한 사람만 고용해서 근 종일 일 했다. 하루 매출은 정보관리상 적지 않겠다) 그러니까 한 달 약 사백여만 원 적자다. 이 금액은 월 임대료 포함한 돈이었다. 도저히 버틸 수 없어 지난달부터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았다. 지금은 ‘메르스’ 파동에 매출 오르지 않으니 죽을 지경이다. 지난달은 약 200여만 원 적자를 냈다고 했다. 개업 이후 매달 적자를 본 셈이다. 아무리 돈 많은 사람이라도 적자 경영은 이끌어가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나로서도 어떤 대답을 드리기가 어려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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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