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6月 23日
날씨는 무척 맑았지만 후덥지근해서 다니기에 꿉꿉했다.
아침, 사동에서 조회했다. 배 선생과 예지가 나왔다. 노동청에서 심의받은 결과를 얘기했다. 주휴수당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것도 월급제로 하느냐 시급제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므로 노동청에서 요구한데로 일을 처리했다. (내가 보기에는 이것도 그들의 실적 쌓기에 급급한 처사로 보인다) 가게 경영은 고려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임금을 착취했거나 노동시간을 어긴다거나 미성년자를 고용한 적도 없다. 노동시간도 5인 이상이면 또 다르다. 조감도는 네 명이 함께 일하니 노동법에 크게 저촉되는 상황은 없다.
오전, 커피 봉투 제작을 위해서 견적서를 부탁했다. 그 금액을 송금했다. 납기는 열흘 정도다. 한 달간 본부에서 실습받게 된 최 씨와 점심 한 끼 했다. 소고깃국밥집에서 식사했다. 최 씨는 오늘 여기 처음 온다며 얘기한다. 함께 식사하다가 그가 왼손잡이라는 것을 알았다. 최 씨와 함께 청도, 옥산, 시지, 사동에 커피 배송 다녀왔다. 하양에 기계설치도 함께 다녀왔다. 오늘 기계 설치한 부동산 가게는 정수기 연결하는 허 사장과는 동명이인이다. 이름이 같다. ‘허준’, 동의보감을 썼든 허준이다. 허준은 1546년 김포에서 무인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무과에 응시하지 않고 29세에 의과에 급제하여 의관으로 내의원에 봉직한다. 이후 내의 태의 어의로서 명성이 높았고 동양의학을 집대성한 ‘동의보감’을 편술하여 조선 의학의 우수성을 청과 일본에 과시하기도 했다. 아마 이 책만큼 중국인과 일본인들에게 널리 읽힌 책도 없을 것이다. 그는 1615년 11월 7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
최 씨와 우드에 있을 때였다. 커피가 조금 연하지 않으냐며 카페 주인장 유 선생께서 말씀 주셨다. 나는 커피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주방에 들어가 커피를 분쇄하고 다지고 장착해서 한 잔 뽑았다. 감칠맛은 좋은 듯했지만 유 선생의 말마따나 연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너무 강하게 볶으면 감칠맛이 없어진다. 추출도 조금 더 빠른 듯해서 분도를 약간 조정했다. 그러니까 조금 더 미세하게 줄였다. 에스프레소는 바늘처럼 가늘게 안 끊기게 나와야 한다. 추출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요즘 유행하는 커피집 한 집을 알 게 되었다. 대구에 'rawstuff' 카페다. 인터넷으로 조회하며 그 집 상황을 보았다. 내부공간미가 간소해서 보기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철재로 바(bar) 작업한 것과 서랍도 그렇다. 그 집에서 볶은 커피를 주인장은 나에게 보여주셨는데 볶음 정도는 아주 약했다. 그러니까 시티로 보면 된다. 아마도 이것은 신맛을 위주로 감칠맛을 자아내기 위함인 것도, 그러니 거저 느낌이다. 커피는 늘 새롭게 진화한다. 커피는 하나지만 커피를 하는 사람은 각양각색이라 마치 변화의 물결에 함께 휩쓸리기도 하며 함께 휩쓸어가기도 하는 세상은 참 넓지만 얼마나 좁은 시장인가를 또 느낀다.
사업은 변화를 주도하지 않으면 죽은 거나 다름없다. 하루를 생각하고 철학을 다지며 다진 철학을 적는 것은 때로는 구차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현재를 지탱하며 미래를 여는 뿌리임은 틀림없다. 오늘의 결과가 잘 못 되었든 또 잘 되었든 나를 주도하는 일이며 변화를 꾀하는 일이다. 게으른 나를 일깨우는 것이다. 우드에서 들은 카페지만 실지로 가보지 않은 카페지만 파도의 진원지처럼 느꼈다. 역사와 뿌리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단지 49
詩友는왼손잡이다. 국밥먹을때난오른손, 詩友는왼손, 기계들때는우리는양손,빈상자바깥에내놓을때는왼손이다. 왼손은늘오른손을돕고오른손은왼손을보았다. 손에쥘수있는커피한잔있으면세상다좋아보였다. 나도모르게왼손을입에물고곰곰이생각한다. 하루일기를마감하는건양손, 지우는것은오른손, 다시바른쪽길을몰며가는건양손이다. 왼손은지팡이다.
본부에서 실습받는 최 씨는 이름이 시우다. 오늘 점심 먹을 때였는데 그는 왼손잡이였다. 그와 함께 밥 먹다가 옛 생각이 나는 것이다.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모두 왼손을 자주 쓴 나에게 호되게 꾸짖었는데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다. 밥숟가락을 왼손으로 잡고 한술씩 뜨는 것은 낯설어서 그런지 신기하다. 마주 보며 밥을 먹었는데 이상의 시 ‘거울’ 이 지나간다.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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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