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6月 25日
오전 꽤 흐리더니만 오후 빗방울이 좀 보였다. 저녁에는 보슬비 내렸다.
봉덕동에 다녀왔다. 어제 주문받은 커피를 배송했다. 이 선생은 요즘 고민이다. 제빵 기계를 얼른 들이고 싶지만, 집에 사장님께서 이모저모 고려하시니 결재가 떨어지지 않았다. 이 일로 기계 도매상에서 전화가 몇 번 왔다. 주문한 기계는 내려왔지만, 아직 선금이나 계약금도 내지 않은 상태라 일이 꽤 혼선을 빚었던가 보다. 이 선생은 빵이 제대로 구워지면 영업망을 넓히고 적극적인 사업에 임하겠다며 다부지게 말씀 주신다. 어떻든 간에 커피는 쉬운 종목은 아니다. 발로 뛰어다녀야 함을 강조했다.
함께 일하는 최 씨와 함께 한학촌에, 사동 조감도에, 하양 부동산 집에 다녀왔다. 모두 커피 배송이었다. 하양에 있을 때였는데 노동청에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휴무시간을 정확히 적으라는 내용이었다. 카페 일은 특별히 쉬는 시간 정하며 쉬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없으면 쉬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얘기했다. 하지만 직원들 쉬는 시간은 분명해야 하니 반드시 기재하라고 했다. 카페 일의 특성상 단서를 달도록 허용한다. 그러니까 ‘유동적으로 변동될 수 있다.’는 내용을 쓴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
직원 모두 있는 가운데 노동청에서 지시받은 상황을 일렀다. 그 외 영업회의도 가졌다. 예지의 말이다. 본부장님 ‘리필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물론 다른 직원도 이 말은 동의했다. 하지만 처음에 실시했던 리필에 대해서 병폐를 너무 많이 보아온 오 선생은 극구 반대를 하는 처지라 어쩔 수 없다며 단정 지었다. (뒤에 오 선생과 다시 대화를 나눠 받아들이기로 했다) 점장도 한마디 했는데 손님께서 단체로 오실 때 더욱이 가족단위로 오실 때 아이들 좋아하는 아이스티가 없는 게 불편하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 처음 알았다. 이 메뉴를 하지 않은 것은 카페가 싼 티 난다며 애초에 오 선생께서 빼 버렸다. 일단은 손님께서 찾으시면 갖춰야 한다. 이것도 빼고 이것은 또 안 된다면, 오시는 손님은 꽤 불편하게 된다. 오늘 회의에는 확답을 내지는 못했지만, 내일은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아주 두꺼운 책이 왔다. 기세춘 선생께서 지은 ‘논의강의’다. 한 권의 책이 무려 900여 쪽이나 된다. 나의 복잡한 세계가 어느 정도 평정될 거라는 기대를 해본다. 이 책을 앞에 약간 읽었지만, 기존의 논어 번역서에 비하면 고전의 여러 책을 오가며 당시 사회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해석에 선생의 가치관이 들어 있으므로 읽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 예를 들면 인(人)에 대한 관점이다. 지금은 보통 사람으로 해석될지 모르겠으나 고전의 인은 제후나 군왕을 뜻하는 것으로 귀인의 의미가 있다. 자(子)는 선생의 의미가 있듯이 말이다.
단지 51
비온다. 바깥에뭉뚝한연필들고나가보도블록위에다가문질렀다. 책에뜻깊은문장을보면줄잘긋기위해서
자꾸짧아가는연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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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