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6月 28日
하늘 참 맑다. 조감도에서 바라본 석양이 참 아름다웠다. 광채가 부채처럼 펼쳤는데 그 어떤 문체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오전에도 오후에도 저녁에도 ‘논의 강의’를 읽었다. 점심때 잠깐 KFC에 들러 햄버거 다섯을 샀다. 압량에 일하는 동원이랑 함께 먹었다. 나머지는 본점에 일하는 최 선생, 사동에 예지와 배 선생께 드렸으나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오후 정평에 잠깐 들러 커피 한잔 마셨다. 청도에 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다. 오후에 잠깐 집에서 쉬었다. 맏이가 집에 있었다. 저녁으로 국수를 삶아 함께 먹었다. 맏이는 면을 대개 좋아한다. 조금 양이 많은 것 같아도 좀 부족한 듯 느낌 들 정도로 금시 비웠다. 둘째는 어디에 갔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는데 이 애 비하면 맏이는 어디 나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오히려 더 걱정돼 보였다.
공자의 말씀 논어를 읽다가 의미가 있어 적어 놓는다. “군자는 무능한 것을 괴로워할 뿐 귀인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을 괴로워하지 않는다.” 공자의 말씀을 하나 더 적어본다. “벼슬이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입신할 능력을 걱정하라.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라. 힘써 실천하면 알아줄 것이다.” 이 구절을 읽다가 왠지 마음 한구석이 뻥 뚫은 듯했다. 뜻을 세우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며 남이 알아주는 것도 부끄러운 일처럼 느낄 때가 있다. 먹고 사는 일이 구차하고 떳떳하지 못한 것이다.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마는 그만큼 장사로 먹고사는 일은 기본이 속이는 일이니 어찌 안 부끄러워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깨끗하게 산다는 것은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일이다. 돈을 만지는 일은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고 자존심 상한 일로 대부분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돈의 노예로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돈을 보며 삶을 사는 거라 느껴서도 안 되며 또 돈만 추구하는 일로 나아가서도 안 된다. 커피를 바라보며 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다. 커피에 관해서 바른 뜻을 가지며 행하며 의미를 부여하여야 짧은 생 그나마 짧지 않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9시 압량 마감하며 동원이와 잠시 대화 나누었다. 의지가 강하다. 아랫사람 보기에 힘들다거나 어려운 일임을 내세워도 안 되며 안 좋은 뜻으로 커피를 얘기해서도 안 된다. 커피는 커피 그대로다. 이것을 보는 것은 사람의 맨 눈이다. 태양 주위에 여러 행성이 있듯이 커피는 통 안에 있다.
사동, 저녁은 조용하게 보냈다. ‘논어 강의’를 읽다가 어제 오 선생과 함께 청도에 다녀온 일이 지나간다. 당신은 오십 넘으면 뭐할 것 같아?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가슴 깊숙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뚫고 지나간 일이 있었다. 그래 맞아, 오십 넘도록 살아 있을까가 첫 번째 문제였다. 살아 있으면 그때도 커피 배달하며 커피 교육을 하고 있을 것인가! 가만 생각하면 아무런 뜻을 두지 않으면 막연한 시간이 거저 아무런 의미 없이 지나가고 만다. 공자의 말씀이 지나간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말이,
장 사장이 오늘 뭐처럼 전화가 왔다. 전에 서울 일 추진한다고 했는데 서울에서 내려오며 안부 차 전화한 것 같다. 화원에 전화했다. 가게 앞에 심을 수종을 바꿨다. 아내는 향나무보다는 보리수나무가 좋겠다며 부탁했다. 보리수나무가 있는지 확인 전화했다. 화원 사장님께서 아내가 그나마 키우는 나무가 있다며 캐서 와서 내일 심겠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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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