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7月 01日
아침은 꽤 맑은 날씨였다. 점심도 저녁도 꽤 맑았다.
단지 55
오늘은아무리바빠도저녁에는찌개를지져놓아야지
양은이냄비에다가김치넣고
먹다가남은라면수프라도하나찢어흩뿌리고
비가오면우산받쳐들고
마트에뛰어가두부도하나사다가넣어야지
돈이좀남으면은비엔나소시지도하나사서넣고
파나마늘은없어도된장만은쪼매넣어야지
가벼운냄비뚜껑폭덮어놓아야지
구수한향오르는모습바라보며
들썩거리는긴장으로
짜글짜글찢어야지
내일아침따가운햇볕이나를깨우면
밥공기한공기퍼뜩비벼서먹고
이것만한진수성찬은없다며
다부지게말하면은안되지그냥입꽉다물고나와야지
아침, 라면 끓였다. 두 아들은 내심 아침부터 라면 먹으면 좀 그렇지 않으냐는 눈치였으나 밥상 위에 올려놓으니 게 눈 감추듯 했다. 정녕 한 젓가락 집기 어려웠다. 라면 국물에 밥 조금 말아서 먹고 나왔다. 맏이 녀석은 다 먹고는 싱긋이 웃었는데 왠지 정이 갔다. 본부 지나서 본점을 거쳐 압량 지나 사동에 도착했다. 아침, 논의 강의를 읽었다. 10시 조금 안 되어서 예지와 배 선생께서 출근한다. 내내 개장 준비하는 모습을 보았다. 아침에 모닝커피 한 잔 달라고 말하기도 어려웠지만, 무심코 일하는 모습 보니 말해서도 안 될 것 같았다.
점심은 압량에 출근한 최 씨와 함께 먹었다. 소고깃국밥집에 가서 최 씨는 국밥을 나는 육국수를 주문했다. 최 씨는 아침에 편의점에서 담배 사다가 왠지 삼각 김밥이 맛있을 것 같아 하나 사 먹었다고 했다. 국물은 다 비웠지만, 국건더기 제법 남겨놓은 것을 보았다.
오늘은 진량 말고는 일이 없었다. 오후 3시쯤에야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었다. 본점에 일하는 최 씨가 한 잔 내려주었다. 만델링 내렸다며 한 말씀 주신다. 맛이 제법 있었다. 최 선생께서 일을 처음 할 때였다. 커피 맛이 영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맛을 잘 우려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본다. 그러니까 방금 내린 커피는 이상하게도 맛이 있었다. 커피 맛을 잘 우려낼 때쯤이면은 일을 그만둔다. 대부분 창업으로 나서기 때문이다.
오후 압량에 있을 때였다. 압량에 일하는 오 씨는 나를 보자마자 한마디 하시는 거였다. 본부장님 바깥에 거미줄 좀 치시고요. 냉장고는 문을 닫으면 반대쪽 문이 열려요. 그것도 확인하셔야죠. 그리고 물통에는 물이 왜 그리 비게 놓아요? 물통도 보시고 채워야지요. 바닥은 이게 닦은 겁니까? 청소를 확실히 해야죠. 그래서 한마디 했다. ‘네’ 전에 용준이가 있을 때는 나갈 때쯤 되니 완벽했다. 처음은 나로부터 잔소리 참 많이 들었다. 용준아 아침에 문 열면 바닥부터 닦고 다음은 기계관리 들어가야 한다. 준비작업을 해야 하니 스팀노즐은 틀고 물도 한 번씩 내려 보아야 한다. 그리고 압력도 확인하여야 하며 확인이 되었으면 더치커피를 내려야겠지! 아마 잔소리 몇 번 하고 나니까 이제는 일 좀 착착하겠다 싶을 때 그만두었다. 최 씨가 뒤를 이으며 일을 한다. 아직은 잔소리할 때는 아니지 싶어 거저 지켜보며 있지만, 오후 일하는 오 씨로부터 한 소리 듣게 된 것이다.
오후 3시, 커피 교육했다. 하양 모 대학 뒷문에 상가 대지를 샀다. 빔 구조로 건물 짓겠다고 했다. 대지 백여 평에 건평 스물다섯 평이다.
예스 24에 책을 주문한 적 있다. ‘노자 강의’ 다. 물론 노자에 관한 책은 이 책 말고도 읽은 책이 다수 된다. 하지만 고전은 누가 강의하든 어떤 책이든 사서 읽겠다고 마음 단단히 먹었다. 하지만 내려온 책이 깨끗하지 못해 다시 반품했다. 다른 책으로 바꿔달라고 했다. 전에는 백양의 중국사 3권이 내려온 바 있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책이 구겨지거나 파손되어서 내려오면 기분이 꽤 얹잖다. 반품하며 전화하는 것도 성가신 일이라 꽤 신경 쓰인다. 나는 책을 소중히 보며 읽은 책은 나의 책꽂이에다가 곱게 꽂아둔다. 읽은 책 뒤쪽 여백은 꼭 나의 글을 남기고 서명을 하고 도장을 찍는다. 나만의 책거리다. 책은 내 영혼의 어머니다. 그러니 소중히 다루어야 하며 언제든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반품한 책이 내일쯤이면 받아보실 수 있다며 문자가 떴다.
저녁, 카페 우드에 다녀왔다. 제작한 커피 봉투를 서비스 해드렸다. 꾸준히 거래해 보답으로 예쁘게 만들었다. 직접 제작한 로고와 가배도록에 실은 나의 글 커피 예찬이라는 제목 중 그중 하나를 넣었다. 아주 고마워하신다. 늦은 밤 진한 아메리카노 한 잔 주시기에 마셨다. |
|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