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7月 04日
한 용유 선생님께
선생님께서 쓰신 책 ‘먹구의 푸념’ 잘 받았습니다. 앞에 조금 읽었습니다. 틈틈이 모두 읽겠습니다. 선생님
세월과 더불어 선생님의 마음 곳곳 실어 놓으시니 제게는 타향인 이곳이 고향과 다름없어 정이 납니다. 다시 축하합니다. 선생님 제게는 높으신 어르신이라 길게 쓰지 못함도 살펴서 이해해 주시옵소서.
가배도록 2권을 냈습니다. 전에 선생님께서 선사하신 詩를 제일 앞장에 담았습니다. 1권은 참으로 悚懼하게 되었습니다. 2권은 선생님께서 지적해 주셔 바르게 고쳤습니다. 선생님 1권도 재판할 시에는 바르게 수정토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전에 선생님께서 주신 便紙도 담았습니다. 2권 374쪽에 선생님 글과 378쪽에 선생님께 드린 저의 답 글을 올렸습니다. 다시 읽으니 제게는 더없는 소중한 편지로 남았습니다.
염치없이 선생님께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가배도록 3권을 준비합니다. 문중에서 제공해 주신 땅에 좋은 환경에 이리 카페 조감도 영업을 하게 해 주셔 문중 여러 어른께 다시금 감사합니다. 이는 새로운 경험을 안겨다 주는 일뿐만 아니라 커피 일과 책을 쓰는데 뿌리로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이 되었습니다.
커피면 더 좋고요. 아니면 선생님께서 보신 여러 사색을 담은 詩 한 편 더 청해도 될는지요. 詩를 소중히 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작소 이호걸 拜上
2015年 07月 04日
아주 맑았다. 머리는 여전히 개운치 못했다. 맑은 날씨에 비하면 온통 끄무레하다만 생활리듬이 바르지 못해 얻는 결과지 싶다.
토요 커피 문화 강좌를 가졌다. 새로 오신 분은 없었다. 지난주 오신 분으로 교육을 진행했다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오셨다. 교육 안내를 친절히 하며 라떼아트 수업을 진행할 오 선생과 구 선생을 소개했다. 주로 나 많은 교육생은 오 선생이 도왔으며 조금 젊으신 분은 구 선생이 도왔다.
교육 끝나고 가족과 함께 정평에 냉면 먹으러 갔다. 아내만 제외하고 다들 이 집을 택했다. 그러니까 상호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황 정승’ 집으로 소갈비 찜도 나오는데 제법 맛이 있기에 둘째가 특히 좋아했다. 맏이는 이집의 회 냉면을 내심 좋아하는 듯 보였다. 아내는 정평 다른 어떤 집을 이야기했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집으로 차를 몰았기에 자연히 뭉개졌다.
오후 최 씨와 함께 배송을 다녀왔다. 한군데는 정평이며 한군데는 사동 직영점이다.
오후 시마을 여러 선생님 생각하며 새로 나온 책을 포장했다. 이때 아내는 집안의 제사를 준비하기 위해 시장 곳곳 다녔다. 제사는 유교의 가장 근본이다. 그러니 우리나라는 유교 문화권이라 제사를 안 지내는 집안은 별로 없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 하더라도 웃어른을 모시기에 그렇고 젊은 사람도 나이가 들면 옛것을 소중히 여기니 제사는 지내야 한다.
지금부터 2,500년 전 공자가 활동했던 춘추시대는 물론 그 이전부터 예禮와 법法이 있었지만 예禮중에서도 제례祭禮라는 종교의식이 가장 중요한 통치 수단이었다. 공자도 제사를 누구보다 중시했다. 그러므로 예기에서는 “무릇 인人을 다스리는 도道는 예禮보다 긴요한 것이 없으며, 예에 오경五經이 있으나 제사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즉 예禮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례라는 것이다. 이런 전통은 근세 이전까지 2천 년 동안 이어져 왔다. 그러므로 중세까지는 서양이나 중국이나 조선이나 제사가 예와 법보다도 더 중요한 정치 행위였다.*
저녁, 동원이와 함께 압량 마감했다. 마감하며 커피 한잔 마셨는데 이번 책에 원피스에 관한 내용을 이야기하기에 순간 웃음이 일었다. 500여 편을 보았지만, 그 뒤로는 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공상 만화지만 사회를 얘기하는 아주 축소판 드라마다.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각각 인물묘사는 물론이거니와 역할과 감정까지 고루고루 잘 다루고 있다. 그러고 보니 사마천의 사기와 같고 이러한 작품 하나 쓰는 것은 작가로서 명예까지 생각하면 아주 큰 일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내가 쓰는 가배도록은 여기에 비하면 아주 미진한 개인 일기니 한사람이 보고 겪은 세상을 묘사한 것에 불과하다. 욕심을 어찌 안 내어 볼 수 있겠는가마는 참으로 부질없는 일임을 쓰며 늘 깨닫는다. 문제는 카페의 일이다. 카페에 일하는 가족이 있고 가족 모두가 유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이것이 조금 더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사 지냈다. 두 아들과 함께 지냈다. 제사 다 끝내고 논어, 공자의 말씀을 아내에게 우연히 이야기했더니 ‘나는 노자가 좋다’고 한마디 한다. 현실을 더 직시하고 바르게 볼 수 있는 것은 노자라며 강조하기까지 한다. 둘째는 제사를 지내는데 그리 엉성하게 보이지 않았다. 맏이는 영 모양이 아니라서 절하는 법을 다시 가르쳤다.
함께 제수 음식을 먹는데 맏이는 제 먹고 싶은 음식을 가리지 않으니 소싯적 생각은 늘 지나간다. 조기를 집어도 어느 육전을 집어도 어른 보기에 눈치를 상당히 보았던 시절이었다. 집이 가난했기에 제수를 마련하는 것도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아버지 눈치 보는 것은 당연했다.
각주]
*논어강의 기세춘 저 533p 반이북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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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