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초대시인

※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시인 및 중견시인을 초청, 작품소개 및 독자와의 소통을 기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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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금숙(작성일 : 2012-03-26 11:29:29, 조회 : 20859
제목  
  등단작품 소개      


-  등단을 꿈꾸는 분들께 혹시 도움이 될까하여 2000년 현대시학이 공모로 전환할  때  제 1회로 선택됐던  작품들을 한꺼번에 올립니다.  지금은 시단이 추구하는 방향이 다양해졌지요. 그러나 근원적인 서정의 힘은 시간을 뛰어 넘으리라고 봅니다. 물론 제 시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구요^^










전   언


승주군 모후산 그늘 아래 봄비 내리는데 마른 넝쿨 감아쥐고
무른 흙 양 발바닥으로 지그시 누르며 한 그리움이 허공으로
기어 올라가는데 비 젖는 꽃은 바위를 뒤덮어 붉음을 타고
올라가는데 부드러운 압박에 바위가 눈을 뜬다 안팎으로 천 개
의 눈을 떴다 감는다 바위 안에 등이 켜졌다가 꺼진다 희고 둥근
알이 보이다가--- 빗줄기들의 어깻죽지에도 깃털이 돋아 쌍암면
들판 가득 양수가 출렁이는데 바위를 건너가는 산양은 발이 미
끄럽다 뿔이 새로 밀고 올라오며 가렵다 아릿하다 남쪽 하늘
머리털 별자리가 털어내는 전언(傳言)이 달다 봄비













적멸  

                                


눈이 부시게 푸른 아침 잠에서 깨어 기지개를 켜던
심천강가 어수리꽃은 외딴 집 아이가 벗어 놓고 간
신발을 신고 오목교를 건너갔습니다. 석심산 넘어
천년강 건너 갈 때 꽃이파리 몇 장 떨어져 나가고
잎사귀도  몇 낱 안 남았습니다. 마을길로 들어서서
손을 들자 먼지 뒤집어 쓴 운수행 버스가 어수리꽃을
태웠습니다. 열려진 창문으로 호랑제비나비가 뒷자리에
구겨 앉은 어수리꽃을 눈도 안 맞추고 도로 나갑니다.
꿀도 향도 없으니 할 말이 없지요만.
저자 거리에 내려서서는 더욱 한심했죠. 발길에 밀려
이지러진 어수리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닌 듯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더욱 멀었지요. 얻어 신은 신발도 별
도움이 안 됐습니다. 저물녘에야 심천에 닿은 어수리꽃은
조약돌 위에 무거운 신발을 벗었습니다. 지친 허리를 누이고
빠져든 깊은 잠 속에 비 한소끔 지나가고 짓눌려 말라버린
뿌리에서 실뿌리 하나 모래 속으로 벋는 소리 들렸습니다.
후우- 내쉬는 어수리꽃의 날숨에 닿아 심천강가 노을은
더욱 붉어지고 있습니다. 물밑 자갈돌에 송어들 산란하는
소리 더욱 자자해지고.






      
        



이종구의 「달밤」
                                95×50㎝
                                장지에 아크릴릭․1994


  네가 행성의 꼬리를 잡던 날 파닥거리는 물고기를
  쥐는 손맛을 느꼈으리 그때 몇억 광년 만에 한 번
  하늘의 비밀한 문이 열리고 지상의 모든 물병 속의
  물들이 달콤해진다 깨진 독을 제 등으로 막고 있는
  두꺼비 이제 즈이 둠벙으로 기어가고 있다 그 놈
  움직이자마자 흙 속으로 스며드는 저 서늘한 물,
  일어서는 푸른 갈대, 푸른 덤불












궁산에 누워




벌레를 뱀이라고도, 뱀을 물고기라고도 하는
땅으로 가서
열두 개 쯤 되는 달을 낳았다
달을 씻긴다
가시나무 아래서 허리 허옇게 내놓고
시냇물에 달 조각들을 씻긴다
언덕 위에 하늘이 백도처럼
훤해 오면
십여 년 채운 차꼬 벗어지는 소리,
죽은 나무 마른 땅으로
뿌리 내리는 소리,
가지 튼튼한 뽕나무로 잘 자라
푸른 잎 이리 저리 젖혀 검은 오디 찾아 낼 때 ,
손등에 떨어지는 자벌레들 ,
이지러진 달들,




        
                  





                


            태에 대하여
        

        


         다가가 보았더니 실은 썩은 구석이 있는 놈이었지
        사과 창고 안에서 가장 향내를 풍기는 놈은
        성한 것들 틈에 숨어 산모처럼 상처를 벌리고 있었어
        상처 자국은 그의 태(胎), 벌레  몇 마리 향긋한 살에서
        기어나오고 있었어  탯줄 마르는 향이 창고 안에
        가득했어 오장에 스미는 캄캄한 향내, 봄부터 양수에
        얼굴을 묻고 꼬물대더니만, 이 가을 더욱 싱싱한 물것
        으로 태어났구나  날 선 체념에도 긁혀나오지 않던 너희
        들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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