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장의사 / 박현웅
익사한 시체는,
뛰어들 때의 파장을 간직했다가
저수지 가장자리에 닿고 그 흩어지는 파장의 중심으로 다시 떠오른다고 한다
몇 겹의 마지막 소리가 생겼던 자리
죽은 사람은 말이 없듯
파장이 사라진 자리에 둥둥 뜬 익사체
죽음은 비워지는 일이어서
출렁이는 중심에 허공을 싸매는 저녁의 壽衣 한 벌
누군들 장의사가 되고 싶어 된 이는 없다
몸속에 수천 겹의 絲가 있으나 어부는 될 수 없었고
정방향의 직조기술이 있었으나 방직공은 아니다
그래서 그는 장의사가 되었다
발 혹은, 날개가 없어야 가장 먼 죽음으로 보낼 수 있다는 듯
未知를 들키지 않겠다는 듯
외줄로 수백 번 돌돌말린 주검을 땅에 두지 않는
공중의 수습을 본다
지금쯤 물관부가 텅 비어있을 것이다
허파에 드나들던 공기가 벗어놓은 허물을
밖에서 흔들어 본다
텅 빈 내부
집 밖에 몸을 둔 장의사는 뒷발이 길다.
짧은 앞발이 時針이라면 뒷발은 순간을 잡아채는 秒針정도가 될 것이다
수천 겹의 絲가 풀리며 죽음의 시계를 돌리고 있다
공중이 파래 맑은 물 인양 싶다
흔들리는 것들 천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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