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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水流(작성일 : 2015-07-01 23:24:20, 조회 : 415
제목  
 명태 / 김기택 (시 감상)      


명태 / 김기택

  

  

모두가 입을 벌리고 있다
모두가 머리보다 크게 입을 벌리고 있다
벌어진 입으로 쉬지 않고 공기가 들어가지만
명태들은 공기를 마시지 않고 입만 벌리고 있다
모두가 악쓰고 있는 것 같은데 다만 입만 벌리고 있다

  
그물에 걸려 한 모금이라도 더 마시려고 입을 벌렸을 때
공기는 오히려 밧줄처럼 명태의 목을 졸랐을 것이다
헐떡거리는 목구멍을 틀어막았을 것이다
숨구멍 막는 공기를 마시려고 입은 더욱 벌어졌을 것이고
입이 벌어질수록 공기는 더 세게 목구멍을 막았을 것이다

  
명태들은 필사적으로 벌렸다가 끝내 다물지 못한 입을
다시는 다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끝끝내 다물지 않기 위해
입들은 시멘트처럼 단단하고 단호하게 굳어져 있다
억지로 다물게 하려면 입을 부숴 버리거나
아예 머리를 통째로 뽑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말린 명태들은 간신히 물고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물고기보다는 막대기에 더 가까운 몸이 되어 있다
모두가 아직도 악쓰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입은 단지 그 막대기에 남아있는 커다란 옹이일 뿐이다
그 옹이 주변에서 나이테는 유난히 심하게 뒤틀려 있다

  

「명태」는 그의 ‘호기심’이 잘 노정되어 있는 작품이다. 우리를 둘러싼 일상의 폭력과 광기 그리고 그에 대한 두려움을 에두르지 않고 직접어법으로 가려진 이면의 본질과 수용양태를 꿰뚫어 보고 있다. 명태에게 가해진 폭력의 구체성이나 명태의 두려움 또는 그것이 변형되고 육체화되는 과정은 생략되어 있다. 대신 시인 특유의 어법으로 결과로서의 가해진 폭력과 두려움의 흔적을 갈파하고 있다.

  
모두가 입을 벌리고 있다
모두가 머리보다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벌어진 입으로 쉬지 않고 공기가 들어가지만
명태들은 공기를 마시지 않고 입만 벌리고 있다
모두가 악을 쓰고 있는 것 같은데 다만 입만 벌리고 있다.

  
그물에 걸린 명태는 살기 위해 “한 모금이라도 더 마시려고 입을 벌렸”을 뿐인데 “공기는 오히려 밧줄처럼 명태의 목을 졸랐”다. “숨구멍을 막는 공기를 마시려고 입”을 점점 더 크게 벌렸을 뿐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입이 벌어질수록 공기는 더 세게” 명태의 숨통을 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불의의 폭력이 어느 한 개체에게 선택적으로 가해진 것이 아니며 동시에 결과 역시 한 개체만이 갖는 두려움의 흔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시인의 말처럼 “스스로의 독자적인 결정”이 아닌 오랜 시간 동안 묵시적으로 내면화된 선택이며 이를 누적적으로 수용한 수동적인 결과다.

  
하여 ‘명태’가 아닌 ‘명태들’은 자신의 생명을 앗은 폭력(그물, 공기)을 받아들인다. “필사적으로 벌렸다가 끝내 다물지 못한 입”들은 “시멘트처럼 단단하고 단호하게 굳어져 있다. 오랫동안 선조적부터 몸으로 받아들인 폭력의 역사는 명태들이 한결같이 ‘악 쓰고 있는’ 것 같이 입을 벌리고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억지로 다물게 하려면 입을 부숴 버리거나/ 아예 머리를 통째로 뽑아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완강하게 남아 있다.

  
이 작품에서 시인의 시선은 폭력과 두려움이 물질화, 육체화한 단계를 넘어서 있는 듯하다. 동물이나 식물들이 처한 환경에 따라 몸의 색깔이나 모양을 변형시켜 적응하고 나아가 폭력과 두려움을 내면화시키는 환경과 생명체의 공존이나 균형의 새로운 발견은 아니다. 또 최근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생명의 존엄성을 찾는(발견하는) 경이로운 생태학적 따뜻함도 아닌 죽어 화석화한 단계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말린 명태들은 간신히 물고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물고기보다는 막대기에 더 가까운 몸이 되어 있다/ 모두가 아직도 악쓰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입은 단지 그 막대기에 남아 있는 커다란 옹이일 뿐이다”. 더 이상 ‘명태’가 아닌 ‘막대기’가 되었지만 그에게 가해진 폭력과 두려움은 ‘악쓰는 얼굴’로 입을 벌리고 있게 했고 마침내 입은 ‘커다란 옹이’로 남아 고스란히 화석화되어 있는 것이다.

  
어쩌면 ‘유난히 심하게 뒤틀린’ 나이테에 둘러싸인 옹이는 단호하고 완강하게 우리 삶의 내면에 화석화되고 일상화된 폭력이고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한 개인이나 개체가 대응할 수 없는 거대한 혹은 오랜 세월 동안 무수히 가해지는 폭력과 광기에 서서히 함몰되어 마침내 어찌할 수 없게 된. 하여 “통째로 뽑아내지 않으면 안” 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일그러지고 뒤틀린 생채기가 박힌 막대기에서 새로운 미학을 발견할 수 있다. 살아있는 생명체와 환경과의 끊임없는 대응과 순환에서 더 나아가 생명과 환경 그리고 죽음이 한데 어우러져 변주해내는 낯설고 그로테스크한 생명력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숨을 쉬기 위해 공기를 마시지만 오히려 숨구멍을 막는 아이러니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를 사는 시인이 꿈꾸는 “자연의 거대한 복원력”을 추동하는 에너지는 무엇일까.

  
-곽효환

1967년 출생. 1996년 세계일보에 '벽화 속의 고양이3'을, 2002년 1월 「시평」 겨울호에 '수락산' 외 5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시집<인디오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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