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초대시인

※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시인 및 중견시인을 초청, 작품소개 및 독자와의 소통을 기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로그인 

 
분류  Category
이름  
  한혜영(작성일 : 2011-06-27 03:40:13, 조회 : 1374)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kang3angles
제목  
  어머니와 장롱 / 한혜영      


난데없이 잘못 배달되어온 자장면 같았겠지요
어머니는 턱 하니 앞에 놓인
죽음의 그릇을 황당하게 들여다만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다 되도록 천천히 뒤적거리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건들면 건들수록 불어나는 면발,
치렁치렁 창문에 매달리는 두려움을 걷어 올리는 순간
어머니는 비로소 자신의 머리맡을 지루하게 지켜오던
자개장롱이 허공 중으로 옮겨진 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빛 바랜 입술로 철없이 벙긋거리는 문짝 위에
목단 서너 송이, 어머니는 평생 한 통속이었을 꽃가지
사이사이 벙어리 새들과 난감하게 눈을 맞추었을 것입니다
나들이 옷 한 벌 꺼낼 수 없어 내내 헛손질했을
장롱문짝서 흩어졌던 꽃잎 한 조각을 물고 오늘밤은
벙어리 새가 문득 내 손바닥 위에 내려와 앉은 것입니다
어머니 그릇 미처 비우기도 전에 또 한 차례 탕탕!
현관문이 야속하게도 울었던가요? 처음으로 입을 뗄 듯
주먹 안에 갇힌 새가 울먹울먹 푸푸거리다 날아간 저 편
뜻밖에도 날마다 표류하던 장롱이 돌아온 것입니다
차압딱지 한 장은 물론 뒤쪽에 붉을 테지요
유난히도 손때가 반들거리는 북두칠성 그 문고리를
힘껏 잡아당겨 그때 그 캄캄하게
뒤엉켰을 어머니의 절망을 들여다보는 중인 것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972   [영상] "[이달의 초대시인] 최금진 시인 / 꽃을 따먹다 (영상 : 야생화)  [6]     野生花 2011/07/12 1186
1035   [낭송] 무게에 대하여 / 강문숙 <이달의 초대시인> 낭송 향일화  [17]     향일화 2011/09/07 1877
893   [낭송] 내 몸 속에 너를 키운다 / 양문규 (이달의 초대시인)  [21]     향일화 2011/06/09 1465
793   [낭송] (이달의 초대시인) 어머니의 별자리 / 구광렬 (낭송 향일화)  [24]     향일화 2011/03/24 1726
730   [낭송] 별 3 / 김완하 (낭송 향일화)  [15]     향일화 2011/01/29 1964
652   [낭송] 울돌목 / 문숙 (이달의 초대시인) 낭송 향일화  [14]     향일화 2010/12/06 2906
573   [낭송] (이달의 초대시인)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 강영은 ( 낭송 향일화)  [18]     향일화 2010/10/03 1922
517   [낭송] (이달의 초대시인) 머리카락 / 박홍점 (낭송 향일화)  [15]     향일화 2010/08/23 2277
462   [낭송] (이달의 초대시인) 베란다 / 서안나 (낭송 향일화)  [18]     향일화 2010/07/04 2197
435   [낭송] 탈출의 시간 / 길상호 (이달의 시인) 낭송 향일화  [17]     향일화 2010/06/09 2317
417   [낭송] 주검의 애인 / 이기와 ( 이달의 초대시인) 낭송 향일화  [27]     향일화 2010/05/22 2458
410   [낭송] 열 아홉의 다락방 /박완호(이달의 초대시인) 낭송 향일화  [31]     향일화 2010/05/04 2609
355   [낭송] 듣는다는 것 / 문정영 (이달의 초대시인) -낭송 향일화  [27]     향일화 2010/04/04 2590
302   [낭송] 정물 3 / 윤관영 (이달의 시인) - 낭송 향일화  [18]     향일화 2010/02/09 2497
281   [낭송] 통한다는 말 / 손세실리아 (이달의 초대 시인) -낭송 향일화  [10]     향일화 2010/01/20 2691
225   [낭송] 어디서 왔을까 네 이름은 / 강인한 ( 낭송 향일화)  [18]     향일화 2009/12/08 2954
169   [낭송] 그 소리는 늘 분홍색이다 / 강은교 (11월의 초대 시인) 낭송 향일화  [17]     향일화 2009/11/08 2230
128   [낭송] 환절기 / 윤성택 - 시마을 10월 초대시인 (낭송 향일화)  [10]     향일화 2009/10/01 2316
111   [낭송] 휨 / 위선환 (낭송/유현서)  [10]     향일화 2009/09/16 2482
977   [낭송] <이달의 초대시인> 수레 / 최금진 ( 낭송: 선우승국)  [18]     행운선우승국 2011/07/13 1227
957   [시] 본색을 들키다/ 한혜영  [3]     한혜영 2011/06/29 1508
956   [시] 기와를 놓는 사내/ 한혜영  [3]     한혜영 2011/06/29 1291
955   [시] 핸드폰 뚜껑을 여닫듯이/ 한혜영  [2]     한혜영 2011/06/29 1348
954   [시] 무거운 발/ 한혜영  [2]     한혜영 2011/06/29 1299
953   [시] (동시) 고래가 된 분수/ 한혜영  [1]     한혜영 2011/06/29 1266
952   [시] (동시)파마한 홍당무/ 한혜영  [2]     한혜영 2011/06/29 1222
  [시] 어머니와 장롱 / 한혜영  [1]     한혜영 2011/06/27 1374
949   [시] 똥끝 / 한혜영  [1]     한혜영 2011/06/27 1320
948   [시] 쥐똥열매 한때 /한혜영  [2]     한혜영 2011/06/27 1205
947   [시] 뻥이야! /한혜영  [1]     한혜영 2011/06/27 1234
946   [시] 삽질하는 새/ 한혜영  [1]     한혜영 2011/06/27 1239
945   [시] 나쁜 습관 /한혜영  [1]     한혜영 2011/06/27 1237
944   [시] 물 길러온 철쭉 /한혜영  [1]     한혜영 2011/06/25 1258
943   [시] 버려진 계집들 ―징과 꽹과리 /한혜영  [2]     한혜영 2011/06/25 1383
942   [시] 어떤 첼리스트의 노동 /한혜영  [1]     한혜영 2011/06/25 1205
941   [시] 뱀 잡는 여자 /한혜영  [3]     한혜영 2011/06/25 1263
940   [시] (동시) 닭장 옆 탱자나무 /한혜영  [4]     한혜영 2011/06/23 1265
939   [시] (동시) 꼬리 물린 봄 / 한혜영  [1]     한혜영 2011/06/23 1200
938   [시] 그녀와 主治醫 /한혜영  [1]     한혜영 2011/06/22 1222
937   [시] 지붕 위에 벌떼들 /한혜영  [1]     한혜영 2011/06/22 1207

1 [2][3][4][5][6][7][8][9][10]..[27] [다음 10개]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Oldies

Copyright ⓒ 2001-2012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