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를 울다
손세실리아(시인)
제1회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이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전주시를 비롯한 전라북도 일원에서 개최됐다.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행사에 참석하느라 리셉션 장소에서나 겨우 얼굴을 맞댈 뿐이어서 아쉬움이 없지 않았으나 분주함을 흔쾌히 감수하는 눈치였다. 필자 또한 3박4일의 일정 동안 이리고등학교와 임실동중학교에서의 문학 강연 및 전국백일장 심사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힘들긴 했지만 값진 체험이었다. 그 중 임실동중학교에서의 강연은 지금 생각해도 뭉클하다.
강당을 가득 메운 학생들 앞에 섰다. 알아듣기나 할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특히, 시종일관 나를 뚫어져라 응시하던 몇몇 시선은 매우 인상 깊었다. 시 한 편을 학생들과 함께 낭송하기로 했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와 가장 많이 듣는다는 ‘나쁜 새끼’ ‘X새끼’의 외국식 발음인 ‘시캬’를 제목으로 삼아 쓴 필자의 시 ‘시캬’다. 물론, 시를 쓰게 된 설명도 함께 곁들였다.
아이들은 예의 신록 같은 짱짱함으로, 오월 햇살 같은 반짝임으로 낭송을 마쳤다. 모두들 아파하고, 미안해하고, 사과하는 마음 한 바닥 없이 국어교과서 읽듯 또랑또랑 읽어내던 것이었다. 시에 담긴 메시지를 파악할 겨를이 없었던 까닭인 줄 알면서도 명치끝이 묵직했다. 가라앉은 음성으로 일부를 다시 들려줬다. “샬롬의 집에 초대받아 시를 낭송했다/손가락 세 개를 공장 마당에 묻고 방글라데시로/추방당한 씨플루에게 폐암 말기로 고국에 돌아가/히말라야 끝자락에 묻힌 네팔인 람에게 열세 번의/구조 요청을 묵살당한 채 혜화동 길거리에서/얼어 죽은”
이 대목에서 목이 메고 말았다. 물 한 모금 마시고, 헛기침을 해가며 감정을 추스르는 동안 아이들은 나보다 더 숙연해져 있었다. 죄지은 듯 잠잠했다. 한참 있다가 남은 부분을 마저 낭송했다. “조선족 김원섭씨에게 사죄하고자/섰다 시인으로서가 아닌 코리안 시캬로 섰다”(‘시캬’ 부분)
‘코리안 시캬’는 되지 말자는 말을 끝으로 강연을 마쳤다. 울먹이며 시를 낭송한 내게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던, 사인을 받으러 몰려든 친구들을 위해 선뜻 등 구부려 평평한 등판을 내어주던, 손나발 둥글게 말아 “보고 싶을 거에요, 사랑해요”를 외치던, 늦가을 먼 길 달려온 시인을 울려버린 어린 독자들아! 너희가 시다. 구구절절 절창이다.
- 프로필: 1963년 전북 정읍 출생. 2001년 『사람의문학』, 『창작과비평』등을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기차를 놓치다』가 있다.
- 발표지면: 국민일보 2007년 11월 19일 월요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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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초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