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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9-12-08 08:45:27, 조회 :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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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집 / 손택수      


겨울집 / 손택수


안으로 퍼 담은 눈을 녹여 목욕물을 데운다
가끔씩 꺼져가는 난로불이나 돌보면서
나는 눈속에서 붉어진다는
어느 먼 산중의 단단한 열매 하나와
열매를 얻으러가는 산짐승 발자국을 생각한다
속살이 벗겨져나온 가지에 남은 산토끼
시린 이빨자국을 더듬는다
지붕 위에 두툼한 눈이불 끌어덮고
굴뚝만 간신히 내어놓은 채 잠을 자는 집
안에서 무얼 하는지 굴뚝 연기만 중얼중얼
알아들을 수 없는 잠꼬대처럼 피어오르는 집
하루종일 찾아오는 이라곤 굴뚝새밖에 없고,
굴뚝새가 남기고 간 깃털 몇 낱 밖에 없고
먹이를 구하러 내려온 노루귀처럼
쫑긋이 귀를 기울이면, 쪼록쪼록
눈 녹는 소리만이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겨울집





1970년 전남 담양 출생
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호랑이 발자국>, <목련전차>
육사시 문학상, 이수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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