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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9-06-08 09:22:19, 조회 :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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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완전 명사의 저녁 / 한성례      




불완전 명사의 저녁 / 한성례


터널로 빠져드는 녹슨 연기
시침을 살피며 얼룩진 돛을 내린다.
철분의 붉은색 앙금으로 가라앉히고
머무는 일이 불투명해서 늘
자맥질처럼 움직인다.

평행선으로 그어 놓아야 하는
들녘의 강물로
빠져나가는
허물벗은 소금기 없는 동작

몇이 아프게 날아간 길
처음인 양 용하게도 퍼덕인다.

낮은 키 우물 속에서
꿀물 적시며 하늘 이고 있는
나의 자화상을
휘장 같은  퇴색된 석양 언저리에서
태우며,
가늘게 남은 내 생의
나머지 끈을 푸는 저녁

줄자로 잴 수 없는
문화의 어정거리는
습성
그 물결을 거스르지 못한다.

터널로 빠져드는 녹슨 연기
아우성으로 떠는 흐느낌이다.


시인, 번역가
1996년 <시와의식> 신인상,
시집「실험실의 미인」, 일본어 시집 「감색치마폭의 하늘은」
번역서「방황의 계절」,「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은하철도의 밤」,「자살보다 섹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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