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을 위한 데생 / 허만하
조약돌은 저마다 고유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한때는 지구의 중심에서 불의 물로 끓었던 조약돌. 섬의 벼랑을 떠나 초록 물이랑에 떠밀려온 조약돌. 한때는 다비드의 주먹을 떠나 자욱한 눈물의 가스를 뚫고 하늘을 날았던 돌. 지금은 철문 옆 풀섶 또는 썰렁한 공장 빈터 잊혀진 자리에서 후진국 저녁 노을처럼 울먹이고 있다. 마른 갈밭을 건너는 바람처럼 떨고 있는 돌의 어깨는 누구도 보지 못하고 있다.
1932년 대구에서 출생.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졸업(1957, 병리학 의학박사). 1957년『문학예술』지에 詩 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첫 시집『해조海藻』(1969) 출간을 시작으로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1999),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2003)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는『낙타는 십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2000), 『청마풍경靑馬風景』(2001),『길과 풍경과 시』(2002)가 있음. 박용래 문학상(1999년), 한국시협상(2000년), 이산문학상(2003년) 청마문학상(2004) 등을 수상. 부산 고신대 의대 교수 정년퇴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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