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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자리	(작성일 : 2015-04-24 01:51:53, 조회 : 254)

제목

그 아이 동우

'얼른 집에 가서 자랑해야지...'
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초등학교 1학년 동우는 같은 반 친구들과 어울려 버스를 기다립니다.
연신 마을 버스가 오는 길목을 돌아보면서 동우는 오늘 학교에서 칭찬 받은 일을 떠올려봅니다. 받아쓰기 100점에
발표 잘해 칭찬 받은 일. 오늘 엄마에게 자랑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받아쓰기는 모르는 글자가 잘 없는데도 꼭 하나씩 실수를 합니다. 오늘도 받아쓰기 시험을 쳤는데 엄마 말처럼
침착하게 한 글자 한 글자 확인하며 썼더니 드디어 받아쓰기 공책에 빨간 색연필로 쓰여진 100 숫자가 밑줄 두 개 위에
자랑스레 앉아 있습니다. 엄마가 찾아보기 쉽게 그 페이지를 반으로 접어 두었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조금 쑥스러워 지금까지 발표할 일에 손을 든 적이 없었는데...오늘은 받아쓰기를
100점 맞은 신나는 마음으로 손을 높이 쑥 들었습니다.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쑥스러운 마음은 감추고 큰 목소리로
발표를 했더니 선생님은 "야~ 동우가 발표를 참 잘했지요. 친구들이 박수 쳐주면 앞으로 더 잘 할거예요~" 칭찬해 주시고
친구들 모두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 모두 선생님 따라 발맞추어 교문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오늘은 왜 그리 천천히 가는 것처럼 느껴질까요?
잘가라~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선생님 곁을 쏜살같이 지나서 얼른 도로를 건너 정류장 앞에 섰습니다.

근데 왠 일 일까요?
오늘따라 자주오던 마을 버스가 오지 않네요. 엄마의 도움없이 혼자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날이라
늦으면 엄마가 걱정하실텐데....
'왜 버스가 빨리 안 올까...?'
가까이 친구들은 재잘재잘 서로간에 무슨 할말들이 그렇게 많은지 버스가 오든 말든 상관없다는 표정들입니다.

동우 마음에는 늘 아픈 엄마가 걱정입니다. 엄마 아빠가 나누는 말씀 중에 가끔 동우를 낳고 나서부터 엄마가 아프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내가 친구들보다 많이 뚱뚱하고 크다보니 날 낳느라 많이 아프셨나보다...'
'엄마가 빨리 다 나았으면 좋겠다...'
누나가 돼지라고 놀려도 기분은 나쁘지만 엄마를 아프게 한 게 미안해서 꾹 참아내었습니다.

동우는 엄마의 칭찬을 받을 때가 제일 행복했습니다. 엄마가 환하게 웃으며 "우리 동우 참 잘했구나~"하며 칭찬해주실
때면 엄마를 아프게 한 미안한 마음도 줄고 괜히 자랑스러워 어깨가 으쓱해지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내가 얼른 커서 어른이 되면 의사가 되어서 엄마 병을 낫게 해주어야지...' 속으로 다짐을 합니다.

근데 왜 이렇게 버스가 안 오지?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걸어갈걸...평소보다 늦으면 엄마가 걱정할텐데...
자꾸 마음이 안절부절 초조해 집니다.

'안되겠다. 얼른 뛰어서라도 가는게 낫겠어.' 결심을 하고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같이 버스를 타고 가자고
친구들이 불렀지만 못 들은 체하고 집을 향해 달렸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초조하고 급한데 발은 바람처럼 빨리 달려지지가 않습니다. 가방은 등에 매인 채 털렁거리고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솟습니다.
동우는 몸이 크고 약간 뚱뚱하다보니 달리는 일도 금새 지칩니다.
걷다보면 다시 마음이 초조해지고 그러면 또 달리고...오늘 따라 집이 왜 이렇게 멀지?

큰 길 신호등 앞에까지 다다르니 저기 동우가 사는 아파트가 보입니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한숨을 돌린 동우는 신호가 바뀌자마자 또 쏜살같이 달립니다. 길을 건너 또 숨이
목을 넘어 헥헥 쇳소리를 낼 정도가 되어서야 동우는 길에 쪼그려 앉아서 쉽니다.
가슴은 기차소리처럼 쿵쾅거리고 하늘이 노란 색으로 보일 지경이 되었습니다.

숨을 고르며 쪼그려 앉은 채로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동우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길 저 앞에 엄마가 동우와 같은 자세로 쪼그려 앉은 채 동우를 바라보며 환히 웃고 있었습니다.
엄마도 동우를 기다리다가 걱정이 되어서 마중 나오는 길에 신호등을 건너서 쏜살같이 달려오다가 쉬고 있는
동우를 보고는 같은 자세로 앉아서 동우를 보며 웃고 있었던 거지요.

그런데 왜 그랬을까요?
엄마를 만나서 분명히 반가운 마음인데도 동우는 왈칵 서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길이었지만 창피한 것도 잊은 채 엉엉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엄마가 놀라서 달려왔습니다.
"왜? 동우야. 왜 울어?"
"다 엄마 때문이야~ 엉엉~"
엄마의 눈은 놀라서 더 동그래졌습니다.
"왜...? 엄마가 뭐 잘못한 거야?"
"엄마가 기다릴까봐...엉엉"
"...아...버스가 빨리 안 왔구나..."
동우 엄마는 동우를 꼭 껴안아 주었습니다. 동우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달랜 동우를 집으로 데리고 오면서 동우 엄마가 물었습니다.
"동우야. 오늘은 학교에서 칭찬 받은 일없니?"
"아 참!!"
갑자기 얼굴이 환하게 펴진 동우가 손가락 두 개를 엄마 앞에 쑥 내밀었습니다.
"두 개씩이나??"
"응~ 집에 가서 말해 줄께~ 헤헤~"

어깨를 쭉 펴고 씩씩하게 걷는 동우의 한 손을 동우 엄마가 잡고 둘이 함께 집을 향해 걸어가는
그 길이 환해 보인 것은 꼭 대낮이라서 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마음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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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초등학교 1학년 이야기일 수도 있고, 우리 모두들의
아이 이야기일 수도 있는 이야기...
그 아이들 마음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성장할 수 있는 나라이기를
소망하며 올려 봅니다.
좋은 하루 시작하세요~

2015-04-24

찬란한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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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자리님,
그 아이들 마음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성장할 수 있는 나라이기를 소망하며..
정말 그러기를 소망하며 이 글에 한표던집니다.
잘 보고 읽고 갑니다.

2015-04-24

저별은☆
수정 삭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시험지를 메꾸어 100점을 맞아
기쁨에 들떠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 참 예쁩니다
아픈 엄마라서 저 어린 아기에게도 짠한 마음이
가슴 가득히 차지 하고 있네요 이쁘게 건강하게
자라 꾸밈없이 그대로 성장하여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 ~

2015-04-24

물가에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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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은 기차소리처럼 쿵쾅거리고 하늘이 노란 색으로 보일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달려가서 안길 수 있는 엄마가 있는 동우가 무척 부러운 아침입니다
물가에는 집에 와서 할머니 안 계시면 가방 든 채로 온 동내를 뒤져서 할머니 손을 잡고 집에 들어가는 습관이 있었지요
그때부터 외로움을 많이 탄것 같아요
식구들이 없었어니까요~
어릴때 사랑을 많이 받고 크면 남에게 사랑도 많이줄줄 안다더군요~

2015-04-24

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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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어머니와 아이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2015-04-24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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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손주를 보아서
글 속의 아이처럼 귀여운 모습을 보고싶은데
언제 짝 들을 만날지 에효~
마음이 따뜻해 지는글 감사히봅니다

2015-04-24

8579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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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도 어린시절에 저런이야길 만들어 보았던가..

2015-04-24

용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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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에 소설을 읽는 기분입니다
아울러 민요속에 흘러나오는 노래 어찌 잘 어울리는지요
사진속에 피어나는 철쭉꽃속에 대장금의 아가씨가
생각이 나네요 고운 내용의 글이지만 소설 한 편을 보는 듯
하네요 정말 귀한 작품이고 마음에 남는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음 자리님 행복하세요

2015-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