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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림소	(작성일 : 2008-08-25 09:55:22, 조회 :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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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숨은 은인/그도세상/작은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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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의 숨은 은인/그도세상 ♣

91세의 러셀 브레이즈델은 미국 뉴욕에서
평생을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그는 90회 생일이던 지난 해 9월 미 공군
재향군인회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50년 전 그가 한국에서 한 일에 감사한다는 편지였다.

브레이즈델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군목으로
한국에 부임했다.
난리통의 서울 거리에서 전쟁 고아들을 데려다 돌봤고
북한군이 다시 점령하기 전 천 명이 넘는 고아들을
제주도로 무사히 피난시킨 주인공이었지만
그의 이야기는 50년 동안 숨겨져 있었다.

50년 12월 어른들은 물론 군인들조차도 피난을 가는
서울에서 그는 아이들도 마땅히 떠나야 한다고 생각해
차를 훔쳐가면서까지 아이들을 인천으로 싣고 갔지만
인천항에 준비된 배는 시멘트를 가득 실은 낡은 것이어서
아이들을 태울 수 없었다.
그는 다시 공군 기지로 달려가 임무 대기 중인 16대의
비행기를 어렵게 구해 아이들을 제주도로 보냈다.

며칠 뒤 서울은 폭격으로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옮겨진 아이들은 당시 국립보육원장이던
황온순 여사가 맡아서 돌봤고 그는 5개월 뒤 한국을 떠났다.
브레이즈델은 감사 편지를 받고 가족들에게 전쟁이 끝난 뒤
황온순 원장이 보내 온 아이들의 사진과 편지를 보여 주며
그 때의 긴박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행복한 우연이 일어났다.
벡텔사에 근무하는 그의 손자가 인천국제공항 사업에
참여하면서 한국에 오게 되어 할아버지가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어하던 황온순 원장을 찾아낸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는 한국을 방문해 이미 돌아가셨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황온순 원장을 만났고 그의 선행이 50년 만에
한국에도 알려진 것이다.

지금까지 그가 한 일은 그를 도왔던 딘 헤스 소령의
공으로 돌려졌고 그것은 〈전송가〉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 영화가 나왔을 때도 브레이즈델은 영화 수익금이
고아들에게 돌아간다는 말을 듣고 혹여 수입이 줄어들까 봐
항의를 하지 않았다.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는 아이들을 떠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고 고아수송작전은 용기가
아니라 책임이었습니다.”

한국을 찾은 그가 한 말이다.
91세의 브레이즈델과 101세의 황온순 원장이 부둥켜안은 순간
역시 반백의 머리가 된 그들의 아들딸들이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출처 : 월간 좋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