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을 헤엄치는 물고기의 뼈는 바람이다 / 이은규
닫힌 창을 배후로
나무 물고기 헤엄치고 있다. 허공을 열고
어느 물고기는 물고기만은 아닐 것
물살이기보다 허공이 알맞다는 말에 동의한다
때로 나무의 기억은 허공에서도 나이테을 키우지
흔들린다 말하는 순간
나무 물고기의 音이 내부로 스민다, 없는 비늘을 감추고
닫힌 창을 배후로 한 바람은 환기할 기억이 없다
흔들릴 때마다 나이테로 감기는 몇 평 비린내
쪽동배 깍아
허공에 물고기를 매달아 놓은 손의 외출이 길고
배후가 되어가는 당신의 목소리만
나무 물고기로 흔들리고 있다 종종
한 點 까만 눈을 깜빡이는 것도 같은, 무언가 말하려는
없는 비늘이 반짝인다면 기억이 환기될까
잎 좋은 절기면
나무쪽으로 귀를 열어두던 당신의 외출이 길고
스스로 音樂인 물고기의 헤엄은 어느 허공의 귀에 닿을까
악기가 바람을 부리고 있을 뿐이다
나무 물고기를 허공에 매어둔 못처럼
당신을 침묵하다, 허공의 나이테에 구멍을 내는
출처 모를 音樂들은 바람이거나 나무의 소관이다
긴 외출을 배웅하고 돌아오던 날
없는 비늘을 후둑이며 허공을 헤엄치던 물고기
언젠가 바람이 토막 칠 기억이 저기 있음을 알지 못한다
스며있던 노을이 뚝뚝, 번질지도
1978년 서울에서 출생.
광주대 문예창작과 및 同 대학원 졸업.
200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부문과
2008년 《동아일보》 시부문에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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