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섬 / 박해람
나를 제외하면서 모든 방향은 길이었다. 날아가는 모기를 손바닥으로 잡으면 모기는 잠들고 잠은 딱 하고 깨어났다. 기껏 밖으로 나가는 길을 가늠해 놓으면 몇 세기 바깥에서 도착한 파도가 지워 버리곤 했다. 소금으로 다 증발해 버릴 것 같던 길.
며칠에 한 번 생겼다 지워지는 길을 바라보면서 저 길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만 줄곧 했었다
잠깐 뚝 하고 떨어지는 꽃의 잎이나
옹기종기 몇 개의 有人島들이
팔랑, 섬으로 외로울 때
나는 거기서 있었다
부딪쳐서 멀어지는 것 들, 싫다 밀어내면 다시 흰 포말로 돌아오던 길
맑은 날에는 먼지가 반짝이던 길
너무 넓어서 四方이 없던 길
해를 넣고 휘저으면 잠깐 보이다 말던 저녁의 길
철썩이는 관절을 절일 소금을 만들고 있던 길. 셀 수도 없던 파도의 겹을 차곡, 쌓는 일에 잡혀 있었던가. 중간 중간 자포자기를 끼워 넣었던가
우연히 들른 시간을 따라 나왔던가
道도 島도 기억나지 않는 그 때 그 섬.
1968년 강원도 강릉출생
1998(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낡은침대의 배후가 되어가는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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