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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9-06-15 09:39:55, 조회 : 1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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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 이동호      




강江 1 - 이동호


해 저물 녘, 붉게 밑줄 긋는 하늘 밑 어느 강변의
버드나무 뿌리 위에 걸터앉아
강의 표면에서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물결과
물결 위의 바람소리를 응시한다.
순간,
파도 치는 소리가 책장 넘기는 소리처럼 들리고
강물 속 깨알글씨처럼 적힌 별빛들, 달빛들.
그것을 경건하게 낭독하는 나무 위의 날짐승소리와
숲 속의 온갖 풀벌레소리.
가끔은
강 가까이 수초사이를 헤집는 토종개구리의
요란한 울음조차 강의 귀중한 말씀이다.
나는 왜 여태 몰랐던 것일까?
수면 위. 물고기가 책갈피를 끼워가며
읽고 있는 파문과,
밤마다 형광 펜을 그어가며 곳곳에 갈무리했던,
저 우주의 오체투지의 뜻을.



대구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제6회 ≪시산맥상≫ 수상
200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조용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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