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 숨쉬는 문예지로의 도약을 위해
오늘날 문학서적은 몇 권의 베스트셀러를 제외하고는 인문과학서적만큼도 나가지 않는다. 문학서적 중에서도 제일 천대받고 있는 두 종류의 책이 시집과 문예지라고 한다. 교보문고 같은 큰 서점은 그렇지 않지만 동네 서점에서 시집과 문예지를 취급하지 않게 된 지도 3∼5년쯤 되었다. 가까운 동네 서점에 가보시라. 여성지는 진열되어 있을지라도 문예지는 찾아볼 수 없다. 시집은 류시화와 기형도와 이해인 수녀의 시집, 그리고 류시화가 번역한 잠언시집 정도는 있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시인의 시집도 동네 서점에서는 사기 어렵다.
서울시내 유수 대학의 구내 서점과 대학 앞 서점에서 마침내(!) 계간지를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계간지 <○○과 △△>를 계절마다 5권 정도 갖다놓다가 여러 해 전부터는 2∼3권 정도 갖다놓았는데 작년부터는 그나마 사가는 학생이 없어 취급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대학생들마저 문예지를 외면해버린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하게 문예지가 많이 나오고 있는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국내 문예지의 수가 200종 정도 되므로 월간지가 1/4, 계간지가 3/4이라고 한다면 연간 1,200권의 문예지가 발간되고 있는 셈이다. 실로 엄청난 수의 문예지이다. '문학의 위기'에 대한 담론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문예지가 나오고 있는데, 바로 이 '많다'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많기 때문에 문예지 사이에 변별력이 없다. 문예지마다 나름의 개성이 필요한데 별 차이점이 없으니 구입과 소장의 이유가 없다. 내 주변의 모든 문인이 말한다. 이사할 때 가장 먼저 버리는 책이 문예지라고. 문예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좋은 문예지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과제가 있어야 한다.
우선, 특집이 확실해야 한다. 계간 <미네르바>는 이번 여름호 특집을 '오늘의 아랍 문학과 '디아스포라 문학'으로 잡았다. 계간 <리토피아>도 매호 좋은 특집을 마련하는데 이번 여름호는 '예술과 돈의 사회사'였다. 훌륭한 특집을 마련한 편집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후원자를 찾아내서라도 원고료를 지불해야 한다. 제작비와 원고료 지불에 따른 문예지 출간의 어려움을 누가 모르나. 하지만 원고료를 안 주면서 책을 내는 관행은 이제 불식되어야 한다.
또한 편집진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문예지들을 살펴보면 50∼70대가 편집권을 갖고 있다. 문예지의 참신한 기획을 위해 편집진의 세대교체가 필요한데 사람은 권력을 쥐면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 법이다.
디자인의 쇄신 역시 필요하다. 판형과 편집 디자인의 혁명을 꾀했던 <문학정신>과 <BESTSELLER>가 실패로 끝나서 그런지 지금은 아무도 모험을 하려들지 않는다. 어차피 안 팔릴 문예지라면 디자인이라도 과감하게 바꿔 20대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시도 정도는 해보아도 좋지 않을까.
필자의 확대 또한 필요하다. 국내 대다수 문예지는 동인지의 성격을 띠고 있다. 아는 사람에게만 청탁을 하는 것이다. 이데올로기 대립의 시대도 아닌 지금, 우리 '진영'이냐 아니냐를 따져서 청탁을 할 필요가 어디 있는가. 게다가 우리나라는 지방에 대한 차별이 극심한데 지방 문예지 출신, 지방 신춘문예 출신, 지방 거주 문인에 대한 차별이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독자의 확대가 필요하다. 예컨대 계간 <문학나무>는 재미 한인 문학인과의 유대를 모색하면서 그쪽 문인들을 독자로 삼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계간 <시로 여는 세상>은 책의 1/3을 문학권 밖의 사람들에 대한 글로 채워 고급독자가 아닌 장삼이사와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성과는 미지수이지만 예전에는 문예지를 사던 독자가 다 문예지를 외면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독자를 찾는 시도를 해봄직도 하다.
문예지들도 과거의 명성에 안주하지 말고 생존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소년>과 <창조> 이후 한국문학의 발전에 종합지며 문예동인지는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 영광을 되찾기를 바란다.
―<성신여대학보>(2007.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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