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詩論]
나는 럭비공을 좋아한다
마경덕
움직이는 시가 좋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가 좋다. 예상을 빗나가는 시는 더욱 좋다. 대부분의 공은 둥글지만 럭비공은 다르다. 공, 하면 먼저 떠오르는 그 둥글다는 고정관념으로는 럭비공을 만들 수 없다. 시는 살아 움직여야 한다. 맛있는 시는 오감을 즐겁게 한다. 학교에서 배운 시들은 대부분 녹슨 로봇처럼 팔다리가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우리의 상상은 틀에 박혀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언제나 1+1은 2였다. 왜 3이 되고 4가 될 수는 없는가?
타원형의 럭비공, 긴장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새롭지 않으면 아무도 긴장하지 않는다. 침을 삼키게 하는 즐거운 긴장, 가슴을 뛰게 하는 새로움, 창의력이 없는 시는 끝까지 독자를 붙들지 못한다. 그렇다고 천방지축이 되어선 안된다. 시는 지극히 과학적이다. 이치를 떠나면 이상야릇한 기형적인 시가 되고 만다.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상상력만이 독자를 설득할 수 있다. 대중성과 작품성,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 대중을 떠난 시는 고독하다. 시는 언제나 사람들 속에서 살고 있다.
사물을 들여다보고 그 사물에게 말을 걸어보거나, 잠잠히 귀를 기울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물에게 팔과 다리를 달아 주고 뛰고 구르게 하는 재미는 시인만의 특권이다. 모름지기 시인이라면 그 특권을 즐겨야한다. 답습은 시의 팔 다리를 묶는 격이다. 좀 못났어도 나만의 생각으로 만든 시가 오래 살아남는다. 비슷비슷 잘 빠진 시들이 지천으로 널려 신물이 난다. 시인이라면 생각을 갈아엎어야 한다. 독자를 앞지르는 상상의 힘으로 독자를 끌고 가야한다. 쉽고 깊이 있고 즐거움 속에 슬픔이 들어있다면 누가 시를 돌아보지 않으랴. 나는 둥근 공보다 모난 럭비공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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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초대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