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발자국 / 김금용
동생은 죽어서 나비가 되었다
하얀 나비가 되었다
무당이 초혼 굿을 할 때
엄마 가슴을 쥐어뜯을 때
입학 때 입고 간다던 옷가지를 찾아냈을 때
플라타너스 가지로 식구들 가슴을 치다가
상위에 소복이 쌓아놓은 쌀 위로
나비 발자국을 찍어내며 날아올랐다
믿을 수 없었다
나비가 되려면
고치의 몸으로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야 한다는데
칠 일 간 먹지도 자지도 않고
부처님 예수님의 고행을 견뎌야 날개를 단다는데
단 하루 만에 날개를 얻은 동생은 정말 날 수 있을까
다른 나비들에게 따돌림 당하고
새벽이슬에 미끄러지다가 거미줄에 걸리지는 않을까
나비랑 눈 맞추는 게 싫다
반갑게 날개를 팔랑이며 다가오는 게 두렵다
평생을 정착하지 못하고
엄마 무덤가를
다시 내 곁을 맴도는 게 싫다
서울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중국 북경 중앙민족대학원 석사 졸업.
1997년 『현대시학』등단.
시집 『광화문 쟈콥』1998년 고려원 발간
2006년 넘치는 그늘 (천년의시작)
우리시 회원. 한국시인협회, 국제펜클럽 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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