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게시판이 있는데 정작 게시판 성격과는 달리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듯 하여, 제가 올린 리뷰들을 올려봅니다.
사진과 함께 이야기를 감상하실 분들은
아래 주소나 저의 홈페이지로 들어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상을 적은 것이므로 가급적 영화를 먼저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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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 http://blog.naver.com/pistol4747/2020347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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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ays in New York, 2012, 96분
감독 : 줄리 델피
출연 : 줄리 델피(주연/마리옹), 크리스 락(주연/밍구스)
관람 상영관 : 영화의전당(부산) 시네마테크
한 줄 평 : ★★★★☆ / 소소한 재미, 그 정도.
본래 영화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느낌이 좋으면 보는 성격인지라 이번 영화도 내심 기대가 컸다. 포스터도 아닌 단지 제목만 보았을 뿐인데도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재미는 있다"
영화에서 드러나는 재미난 요소는 아무래도 밍구스(크리스 락 분)의 특유의 농담과 프랑스 농담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이도 평소에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영화가 크게 재미없을 수도 있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이 영화의 감독이자 주연인 줄리 델피와 영화에서 아버지 역으로 나오는 앨버트 델피는 실제 부녀지간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주인공의 어머니가 죽음으로써 파리에 살던 아버지가 가족과 함께 뉴욕으로 찾아온다는 이야기인데 영화의 말미에서 '이 영화를 어머니께 바칩니다'라는 귀결을 봐서는 어쩌면 자신의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온전히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가끔 유쾌한 기분이 되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1. 여성의 인생은 어디서 끝이 날까?
우리는 종종 주변에서 푸념을 듣는다. 나이에 대한 푸념. 특히 나이에 관해서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민감하지 않는가? 똑같이 성공할 것이라면 나이에 대한 걱정은 으레 여성들이 더 많이 하기 마련이다.
노화가 진행되는 20대 중후반이 되면 여성들은 알게 모를 불안감에 휩싸인다. 정말 심한 경우는 30대에 이르러서 자신의 인생이 끝이 났다고 믿는 경우도 있다. 하물며 나이는 나이대로, 이혼전력에 아이까지 딸린 여자라면 어떨까.
딱히 해당 여성들을 비방할 생각은 없지만 보통 사회적인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것은 사실이다. 해당 영화에서 마리옹(줄리 델피 분)이 직접 말하기도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점은 주인공이 처한 상황이 이성적 매력을 지닌 ‘여자’로서의 인생 가도에서는 상당히 외진 곳으로 비껴갔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정면 돌파하는 인물이 있다. 그녀의 남자친구 밍구스가 그 주인공이다. 꼭 모든 흑인 인물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는 그렇게 껄렁하지도 않고 강인한 인상을 주는 것도 아니다. 평범한 삶을 살고, 오히려 모범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
스스로 자괴감에 빠진 마리옹을 토닥이며 힘을 북돋아주는 밍구스.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가 직접 언급하기도 한 말이 인상 깊다.
“프랑스 여자는 마흔부터 꽃이 핀다잖아?”
영화를 보기 얼마 전에 프랑스 여자들이 나이를 먹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유는 마흔이 되어야 온전한 한 떨기 꽃이 될 수 있기 때문으로.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그 생각의 전환점이 다소 놀랍게 다가왔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것은 어찌되었건 주인공 마리옹의 여성으로서 삶인데, 제법 과장된 면이 없진 않지만 거기에 드러난 마리옹의 삶은 결코 내향적인 삶이 아니다.
자신의 꿈도 개척하는 동시에 자신의 여성성도 적극적으로 지켜나간다. 세상 어디에 있든 규율이나 법칙, 혹은 일련의 억제에 시달리는 여성들에게는 참으로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이 영화에서 그녀의 나이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데, 그것은 이 영화가 가장 크게 시사한 면모이기도 하면서 많은 여성들에게 외치고자 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이, 늙음, 환경, 형편에 관한 일체의 외부적인 것들로부터 벗어나
가장 소중한 ‘자신’을 깨달으라는 의미이다.
영화의 말미에서 마리옹은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아버지와 자신의 여동생을 데리고 산책길에 올랐다가 정자(?)의 지붕에 발이 묶인 새를 보고 구출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안전장치도 없고 몹시 위험한 행위가 분명한데 그녀는 안전요원의 만류도, 아버지의 만류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생각한 것을 실행하기만 한다.
새라는 것은 본래 자유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것이 묶여있다는 것은 억압된 무엇인가를 의미한다. 결국 이를 제거하려는 마리옹의 모습은 억압된 무엇인가로부터 탈피하려는 여성의 어떤 면모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 위험천만한 행동이 결국은 괴상한 가족으로 인해서 헤어질 위기에 처한 밍구스에게 변심을 유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밍구스는 위험에 처한 그녀를 보면서 본능적으로 반응한 자신을 자각하며 둘의 완전한 결합을 이루게 된 것이다.
영화의 제목 ‘투 데이즈 인 뉴욕’처럼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난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온전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는 충분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마리옹이 겪는 일들은 모두가 자신이 불러들여 일으키는 것이다. 결과가 좋든 나쁘건 간에 마리옹이 앞장서서 제안했고-아버지를 초빙한 일, 영혼 퍼포먼스를 벌인 일, 전시회를 기획한 일, 밍구스와 함께한 일 모두-과정이 어쨌든 좋은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 의하면 여성의 인생에 끝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바로 당신 자신의 존재 자체가 가장 값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만 있다면 세상은 얼마든지 훌륭하고, 또 당신은 얼마든지 매력적이고 훌륭할 수 있는 것이다.
2. 뉴욕에서 일어난 짧은 일, 그 만큼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영화.
영화를 보면서 또 하나 느끼는 것이 있을 테지만 그것은 속도감이다. 이 영화를 본 십중팔구의 사람들은 짧은 컷의 반복적 사용으로 인해 무언가 속도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롱 테이크를 보기란 아주 힘든 일이다.
심지어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가족들의 나들이 씬은 동작하는 영상도 아니다. 수많은 사진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무척 빠른 슬라이드 쇼에 가깝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을 표현하는 데 으레 쓰이는 기법이기는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대사, 진행되는 서사, 적응이 되지 않을 만큼 급진적인 캐릭터들, 모든 것들이 바쁘게 흘러간다.
영화 속에서 대사의 끊김을 포착한다는 것도 드문 일이다. 거의 쉴 새 없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대화하며 대화한다. 시시콜콜한 한담과 농담이 많이 오가는 것도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 ‘의도’된 것이 아니라 ‘필수’에 가까운 것일 게다.
단 시간에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일상들을 그려내는 것은 우리의 삶에도 이러한 기폭제 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우리들은 마리옹과 같이 자기 선택에 의해서 이런 폭발적인 사건들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고 그것들이 전해줄 변화를 마주할 준비가 되어있다. 다만 우리가 그 ‘변화의 폭탄’에 달린 심지에 불을 붙이고 있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한 편으로 다른 것들은 나름의 재치 있는 유머와 우스꽝스러운 상황으로 가산점을 주었는지 모르겠지만 급진적 캐릭터들의 몫은 사람들에게 반감을 샀을 확률이 높다.
오락가락하고 정신없는, 무례하기 짝이 없는 손님들의 극단적인 캐릭터도 이 빠른 흐름을 만들어 내는 노의 한 축이었겠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는 했지만 그 도가 조금 과한 감이 있다. 아마 영화의 평점을 갉아먹은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어찌되었건 빠른 전개의 모습들이 인상 깊게 남은 것은 사실이고, 영화의 큰 특징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이유가 되기엔 손색이 없었다.
3. 그러나 너무했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이 영화가 받게 될 도전적인 질문 중에서는 피해갈 수 없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과도하게 무례한 손님 일행으로 인한 불편함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뉴욕과 유럽에 발끝도 닿은 적이 없는 나로서는 프랑스인과 뉴요커의 삶이 어떤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확실한 것은 영화에서 그려진 것은 조금 외람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들의 생활을 방해하는 것은 이미 여동생의 남자친구가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불편을 제공한다. 그런데 그들은 집주인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예를 들면 마약까지 한다. 좌우지간 막장이 따로 없다.
마약만 한다면 다행이겠지만 집으로 마약상을 불러들이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끔찍한 무례다. 후에 이것이 유머코드로 사용되기는 하나 조금 지나친 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성격의 영화라면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서 조장하는 위화감은 다소 “쓸데없이” 큰 경향이 있다.
적당히 시시콜콜하고, 일상적인 하루에 특별한 무언가를 부여했다 한들 그 특별한 것이 조금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영화가 관객에게 반응을 얻기 위해서는 전극을 잘 조절해야 하는데, 적당한 전극을 흘리면 살아있는 반응이 올 것이고, 과한 전극을 주게 된다면 죽은 반응이 오게 될 것이다.
인과관계를 위해서 다소 과한 설정을 사용한 점, 종종 인종차별적으로 들리는 악의적인 대사는 가끔씩 영화의 흐름을 깨는 돌부리로 거치적댔다.
-총 평
맨 처음 언급한 사실이지만 이 영화는 재미는 있으되 크게 얻을 것이 있는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감독 본인도 굳이 어머니께 영화를 바친다했으니 관객들이 얻을 것이 없더라 하더라도 반쯤은 성공한 셈일 것.
주체적 여성의 삶을 생각한다는 것과 특별한 가족애는 주목할 만한 가치이기는 하지만 이미 선행한 많은 영화에서 다루어왔던 주제인데다 보편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기 때문에 크게 심장을 자극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영화의 핵심부를 일찍 언급한 것은 참신성을 고려했을 때 그리 크게 그려낼 만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인형극이 결국엔 자신의 가족 탄생기를 그린 것이었다지만 그러한 회귀의 방법 또한 어딘가 진부한 구석이 없지 않아 찝찝함을 안겼다.
다만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유쾌한(물론 마리옹의 가족들이 유쾌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음)영화를 한 편 보고 싶다면 충분히 권장할만하다.
2014. 01.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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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