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 이에게
수진아!
네가 우리 집 며느리가 되려고 아들 녀석과 처음 왔을 때
분명히 봄이었는데 너와 마주치는 순간, 네 눈은 가을 호수만큼 맑으면서
누구라도 좋아하는 가을 햇살처럼 곱게 보였단다.
오늘은 아침 창문을 활짝 열고 가을 하늘을 쳐다보니
너와의 첫 만남에 설렘임의 그 순간이 생각나서 너에게 편지를 띄워본다.
그때 너는 조금도 서먹해하지 않으면서 구김살 없이 활짝 웃는 모습으로
내 곁으로 다가오는 너를 보고
보이지 않는 시어머니란 계단을 내려와서 딸처럼 생각하기로 했단다.
그래서 지금도 승윤어멈 보다 꼭 수진이란 말이 먼저 튀어 나온단다.
수진아!
고맙고 미안하다.
부모님 내외분께서 맞벌이하셔서 큰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라는데
빠듯한 살림인 우리 집은 경제적 도움을 줄 수가 없구나!
불만도 있으련만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알듯 살듯 사는 너희 모습이 한없이 기특하단다
요즈음은 산후부기도 다 빠지지 않았는데 직장을 나가는 너를 보면서 늘 안쓰럽단다.
아직은 세상 때가 덜 묻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적마다
그 마음 오래도록 변치 않았으면 한다.
봄볕에는 며느리를 들에 내보내고 가을볕에는 딸을 들에 내보낸다는 옛 속담이 있지만,
고부 사이가 아닌 마음이 통하는 다정한 모녀처럼
슬픔을 딛고 일어선 이야기를 부끄럼 없이 하면서 가을 햇살 가득 내리쬐는
휴일 오후에 가로수 떨어져 낙엽 된 거리를 함께 걸어보자.
언제까지 다정한 그런 모습으로 한 백 년 살자고 다짐하면서
다정하게 잘 ~살아보자꾸나 수진아
딸처럼 사는 며느리에게 띄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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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