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3月 27日
대체로 맑았다. 오후 황사가 좀 끼었다.
오전, 처남이 다녀갔다. 압량 포스 일로 잠시 들러 커피 한 잔 마시고 갔다. 작년 대비 영업이 조금 나아졌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니까 업종과 관계없이 전체적으로 보는 수치다. 커피 전문점은 어떠냐고 물었는데 커피 집은 나은 것도 준 것도 아니라고 했다. 특별한 것은 요즘은 체인점보다는 개인 카페를 열며 기존의 체인점도 개인으로 많이 돌아서는 추세라고 했다. 동네 장사라서 상표 보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주인장과 친밀도에 달린 것 같다며 얘기했다.
조감도에서 장 사장 만났다. 작년 한의대 앞에 카페 내부공사를 맡은 바 있었는데 그 건물이 팔려 세금관계 일로 얘기 나누었다. 주인장께서 이미 지나간 일로, 자료를 끊어달라는 부탁이 있었는데 황당해 했다. 무자료로 일함에 서로 동의하에 일을 추진했는데 건물이 생각지 않게 팔리게 되었으니 세금이 문제였다. 이 일뿐만 아니라 여기 주인장께서는 부동산에 관해서는 남다르게 일을 추진하는 것이 많아서 내부공사에 관한 일이 있으면 가끔 전화가 온다. 이번에는 모텔에 손을 쓴 것 같다. 모텔 내부공사 언급이 있었다.
장 사장과 사동에 잠시 앉았는데 카페로 들어오는 차량이 잠깐 사이 여러 대 보았다. 주말 가까워지니 손님이 꽤 들어오시는 것 같았다. 식사하지 못했다고 해서 주방에 들어가 밥 한 끼 대접했다. 마침 예지는 집에서 카레를 준비해서 가져 왔던 모양이다. 식구들 모두 식사하려고 준비하고 있던 차였다.
장 사장은 커피에 관한 여러 가지 말을 했다. 그러니까 고택 건물은 어떻고, 커피는 정말 여기 커피가 가장 맛있고, 전에 가져간 케냐 커피를 다 마셔가는데 케냐만큼 좋은 커피는 없고, 다시 한의대 앞 그건 아니라며 재차 얘기하고, 우리도 움직여야 할 때 아니냐며 일 좀 하자는 둥, 차는 계속 들어오고, 머리는 책만 아련해서 나왔다.
탁탁 오른 봄처럼 일도 바빠라
서슴없이 신나게 일 나아가라
백지장도 대번에 맞들어 보라
맘껏 세상 누비며 휘둘러 펴라
이왕 잡은 손 죽죽 그려 나가라
좁은 공책 좁다고 얘기 마르라
상상나라 끝없이 펼쳐 누리니
모자란 삶 기어코 깊고 넓어라
오후 다섯 시 집에서 밥 먹으려고 냉장고에 나물 반찬을 담은 반찬 통 꺼내보니 나물이 팍 삭았더라. 집사람 옆에 있었지만, 나물 삭았는갚다 하며 한 소리하니 ‘어데’ 하며 대꾸하더라. 그래서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었더니 처음은 괜찮네 하다가 아! 이거 삭았는갚다며 말소리 낮아지더라. 나는 진짜 삭았음을 재차 확인하였으니 개수대에 몽땅 버렸더이다. 그리고 큰 냄비 통에다가 물 넣고 국수 삶았더이다. 일 많고 서로 바쁘다 보니 식사는 안중에 없고, 거저 식탁도 개수대도 방바닥도 뜨락도 모두 깨끗했으면 좋겠더라.
오후 여섯 시 기아 자동차 서비스 센터에서 전화 왔더라. 부동액 관련 부위는 모두 수리되었으니 찾아가라 하더라 본부에서 얼른 준비해서 갔더니 수리 기사께서 혹시 조감도 사장님 아니십니까? 묻더라 얼른 대답하기로 네 했더니 어쩐지 안면이 많아했습니다. 하며 한소리 하더라 실은 조감도 내에는 거의 없는데 알아본다는 것은 조금 이상했더이다. 한 이틀 내 차 타지 않다가 오늘 타보니 새롭더라! 역시 부드럽고 안정되어 집처럼 편안했더라.
커피 예찬 6
커피는 묘한 매력이 있다. 한 잔 마시면 깨어있으니 나를 찾아도 이리 빠른 길도 없을 것이다. 하루 바쁜 일에 나를 잃을 수 있어 커피 브레이크는 온전한 나를 만든다. 일은 반복적이라 따분한 것도 없으며 또 하루가 거듭이니 반복적이지 아니한 것도 없다. 실은 똑같은 일이 아님에도 모두가 똑같은 일이라 지루함을 참지 못한다. 이 지루함을 벗어나고자 실지로 새로운 곳을 모험하고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데 성공하는 사람도 많지만 실패하거나 포기한 사람도 부지기수다. 어느 것이든 시간이 지나면 우울하지 않은 것도 없다. 그러니 하루 우울하게 맞이하기에 앞서 커피 한잔 마셔라! 내 머무는 곳을 다시 짚어주며 당당히 설 수 있게 빠른 심박 수 갖게 하니 동심 어린 마음으로 세상 보게 한다. 그러니 세상은 늘 꿈으로 가득하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하루 보내면 그 얼마나 무상함인가! 쳇바퀴 같은 세상 잠시 저버리고 커피 한 잔 마셔보라! 마시는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새롭다.
자정, 본점장 성택 군이 본점 마감하며 들어가는 길, 나의 골방에 들러 드립으로 내린 커피 한 잔 갖다 주며 퇴근한다. 따끈하고 감칠맛까지 아우르니 세상 그 어떤 국 국물보다 나음이다. 이 커피 한 잔이야말로 출출함도 잊게 하며 무거운 눈꺼풀 가볍게 하며 잘 해결하지 못한 문장과 어디선가 잊어버린 삶의 땟자국까지 그려내는 데 이만한 게 없을 것이다. 한 잔 구수하게 마시며 갖는 이 순간 이 느낌은 입안 몽글하게 도는 포만과 도톰한 볼살에 닿은 촉촉함 그리고 밤을 순산하는 부드러움이라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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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