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5月 01日
맑았다.
잘 열지 않는 문을 열었다. 안에는 냄새가 났다. 함께 산, 쥐가 있다. 쥐똥과 쥐 오줌은 여러모로 특유한 지린내로 내 코를 간지럽게 한다. 가만 보면 먹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습한 것에 녹록한 자리뿐이다. 딱딱한 타일 위에 큰 주전자 하나 있다. 그 안에 물이 담겨 있다. 한 번씩 난 담은 작은 화분을 들었다가 빼며 교대로 다른 작은 난 화분을 넣기는 한다. 하지만 쥐가 물을 마시기에는 알맞지 않다. 내 머무는 곳 다해봐야 다섯 평도 안 되는 공간이다. 책과 파지로 둘러싸인 공간에 종이만 먹었나! 이 쥐가 하루는 내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지나는 것을 보았다. 생각보다 느렸다. 재바른 줄 알았더니만, 늘 보는 동물이 아니라 조금 당황했다. 같은 설치류 토끼를 보면 그렇게 혐오스러운 동물은 아니듯 쥐도 마찬가지다. 내 방은 쥐와 함께 산 여러 배설물로 악취가 난다.
실습 교육받으시는 권 선생께서 점심 한 끼 사셨다. 오 선생과 함께 월드컵대로 끝자락에 있는 약정식 전문 식당에서 밥 먹었다. 아주 VIP 손님만 오시는 곳으로 귀한 분, 모시고 식사하기에는 딱 좋은 자리다. 식당은 산 중턱쯤에 있다. 밥 먹고 나오면 야외 테라스도 있어 바깥 공기 쐬며 차 한잔 해도 좋다. 경부선이 지나가는 철도도 보이며 월드컵 도로와 삼성현 도로를 잇는 대로가 훤히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테라스 작업을 멋지게 해놓았다. 작업한 방부목 밟으며 난간대로 가본다. 바깥 보면 산 아래가 마치 굴러 떨어질 듯이 경사 꽤 있다. 차 지나는 모습이 선하다.
봉덕동에서 사진 몇 장이 전송되었다. 카페 창업한 지 두 달 되었다던 곳인데 집기 사진을 여러 장 보냈다. 기계를 얼마 정도면 살 수 있는지 묻는다. 각각 중고매입가격을 문자 보냈다. 오후 늦게 답장이 왔는데 살 수 없었다는 문자였다. 어느 분이 몽땅 600에 샀다고 했다. 그래서 답변을 드렸다. ‘그 사람 처지로 보면 잘하신 겁니다. 직거래는 가능한 금액이지만 새것과 별 차이 없으니 산 사람은 조금 그러네요. 제대로 아시는 분은 중고를 그만한 가격에 사지는 않습니다.’ 업자가 사는 가격은 이 금액에 삼 분의 일 가격이다. 연식과는 아무런 관계없는 일이다.
문 열어놓고 작년 차를 사가져 갔던 후배 보러 갔다. 그는 중고차 상사를 운영한다. 모닝이 위험해보여 괜찮은 차 있으면 바꾸고 싶었다. 작년 가게 경영상, 타고 다녔던 차를 팔 수 밖에 없었다. 아내 차를 팔면서 내년쯤 다시 형편 나아지면 차를 다시 사겠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 차를 보고 왔지만, 선뜻 결정하기에는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차보고 한 번 타보았다. 차 주 뵌 적 없지만, 해인사 주지스님이라고 했다. 차를 바꾸기에는 아직 부담인가보다. 보고 오기만 했으니,
정문에서 1월에서 4월까지 쓴 일기, 링 제본 두 부 했다. A4 200장 분량이다. 400여 페이지 책 한권 분량이다. 출판사 투고에 앞서 대충 보고자 제본을 했다. 비용은 각 만 원에 이 만 원 들었다.
글에 회의감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이 구차하다. 거저 살아 있어 적는 그 이유하나 밖에 없는 듯하다. 생활도 궁핍하고 아이들 제대로 돌보지 않아 궁핍하고 아내인 오 선생께 일만 맡겨놓은 듯해서 궁핍하고 부모·형제 또한 잘 찾아뵙지 못하니 궁핍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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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