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五箴書(오잠서)는 나주임씨 17세 습정공 휘(諱) 환(懽)께서 아드님인
18세 월창공 휘(諱) 게(垍)에게 내린 가르침의 지침서이다.
◎ 五箴書(몸을 바르는 법)
上智無過其次有過過而能改至於無過之地人惟不省故自暴者多改過者鮮人
心曰趍於齒莾善士罕見於衰世可惜也夫噫叅三才而靈萬物耳目聰明得僞男
子身天之賦余者至重且遠矣可不思所以盡其性本之所固有乎嘐嘐然嘐嘐然
曰舜何人也必以舜爲衿式而以鄕人爲可憂則士之自期待庶乎其可也不然徒
循故常甘處下流過失日彰登善無聞卒不得僞善人而其違禽獸者幾希矣余爲
是懼作此五箴以誨汝垍嗟嗟垍乎余言不妄勿忘勿怠終始留念而自勵焉
[해설]
聖人은 허물이 없는 것이요, 賢人은 허물이 있으되 허물을 능히 고쳐
허물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오직 凡人은 스스로 살피지 못하는
고로 자포자기한 者가 많고 허물을 고친 者 적나니 사람은 날로 더러운
데로 빠져 가고 어진 선비는 보기가 드무니 가히 애석하고 슬픈 일이
로다. 오직 사람은 耳目이 聰明하여 天地人 三才로써 萬物의 靈長이 되
는 하늘이 나에게 부여함이 지극히 重且大하여 가히 그 固有한 本然의
性分을 다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랴. 嘐嘐然嘐嘐然히 曰 舜임금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떤 사람인고! 반드시 舜임금으로써 衿式을 삼고 범한
사람이 될까 근심을 한즉 거의 어진 선비가 되리로다. 만일 그렇지 아
니하면 舊習을 달게여겨 과실만 날로 더해서 마침내 善人이 되지 못하
고 거의 禽獸에 가까우리라. 내가 이를 두려워하여 이 五箴을 지어 써
垍에게 훈계하노니 슬프도다. 垍야 네가 내 말을 망녕되이 여기지 말
라. 잊지 말고 게을리 말고 始終 留念하여 스스로 힘쓸지어다.
◎ 立志箴(뜻을 세우는 법)
繄人造事志乃根期必立卓爾萬善在玆堅忍猛省剳佳不移母敢或斷矻矻孜孜
以此發軔庶追孔姬苟能反是暴棄委靡陷爲跖蹻迺獸迺夷狂其其聖何莫由斯
枕舟尼壤志人卑願勵而志前修是期齒少力餘此政維時遽然老大執咎伊誰
[해설]
무릇 사람이 일을 할 때 뜻이 근본이 되나니 반드시 뜻 세우기를 높
게 하면 온갖 善이 여기에 있느니라. 굳게 참고 모질게 살펴 단단히
지켜 옮기지 말라. 조금도 끊지 말고 부지런히 하여 이로써 發軔하면
거의 孔子와 周公을 따르리라. 진실로 이에 어긋나면 자포자기하여
도척이와 禽獸가 되리라. 그 狂人이 되고 그 聖人이 됨이 다 立志하
는데 있느니라.(四字欠) 뜻을 버리면 사람들이 너를 없수이 여기리라.
원컨대 너의 뜻을 가다듬어 전정을 기약할 지어다. 나이 젊고 힘이
남으니 정히 이때로다. 늙고 병들면 누구를 원망하리요.
◎ 敬意箴(거동을 조심하는 법)
整而威儀尊而膽視人而無儀不死何俟折旋周旋規矩是此母疾爾踉趨避蟻封
大讓小讓左右由手母攘而臂端恭以止黍箸團飯禮昭戒說謹而口容且莫流歠
不爲苟笑時然後發厲而顔色勿爲浪謔興戎出好樞機唯舌愼而言語金人是法
矧此數件雖細至著有一弗端正色何歟故能修省撙節恭欽欽哉九容象尼所警
願歛而儀亟草而病非禮非端庶幾先正
[해설]
너의 거동을 엄숙히 하여 그 보는 것을 조심하라. 사람 으로써 거동
이 없으면 죽지 않고 무엇 하리. 일거일동을 법도를 표준삼아 너의 걸
음을 빨리 말고 개미 뚝 같은 것도 피할 지어다. 크게 사양하고 적게
사양하는 것이 左右 손에 매였으니 너의 팔을 뽐내지 말고 공손함으로
써 끊을 지어다. 젓가락으로 지장 밥을 먹고 뭉쳐서 먹지 말라함은 禮
記에 소소히 경계하였으니 너의 입 거동을 조심하여 행여나 홀려 마시
지 말지어다. 구차히 웃지 말고 때를 가려 웃을 것이니 너의 낯빛을
가다듬어 해학질을 말지어다. 싸움을 일으키고 좋은 일을 내는 것이
오직 이 혀가 중추의 기관이 되나니 너의 언어를 조심하여 金人(옛적에
말을 삼가 한 사람)을 이에 본 받으라. 以上 두어 件이야말로 비록 가
늘고 적은 것 같으나 지극히 남이 보기 쉬운 것이니 행여나 하나라도
단정치 못하면 正色을 한들 무엇하리요, 그러므로 항상 닦고 살펴서
준절하고 공손할 지어다. 저 九容은 仲尼(孔子)의 깨우친 말씀 이니라
원컨대 너의 거동을 정제하여 빨리 너의 병을 고칠지니 禮가 아니고
단정치 않은 것을 먼저 바로 잡을지어다.
◎ 篤學箴 (학문에 독실하는 법)
皇天降才粹駁不同然性本善藉學以通篤者昭昭廢焉悾悾上聖履蹈下愚擊蒙
功不加闕譬人菽粟聖學旣遠曲藝旁蘖士不爲己於戱季葉而新是圖而脚斯立
觝排華麗靡沉潛德義泛問無功近思功己乾乾愓若朝聞夕死下學上達階級其
通須惜分陰勿替終始云誰之希聖聖是似
[해설]
하늘이 인재를 낼 때 賢愚가 不同하느니라. 그러나 사람 성품은 본디
선함으로 학문으로써 통해지느니라. 독학하면 마음이 밝아지고 학을
폐하면 어두워지느니라. 聖人들은 자연히 실행하지만 下愚는 부지런히
배워 우매함을 일깨울지니라. 學問을 버리지 말라 이것이 사람에게는
菽粟(콩과 조)과 같으니라. 성인의 학문이 점점 멀어지매 사곡한 문예
가 바야흐로 싹트기 시작해 선비가 正學을 할 줄 모르니 말세가 됨을
한탄하노라. 너의 학문을 日新코져 할진데 너의 설 자리를 바로 세워
사치한 것을 배격하고 덕의를 함양하라 범범하게 무르면 죽어도 공정
이 없고 가까이 생각하여야 얻음이 있나니 항상 건전하고 두려워하여
즉 아침에 道를 깨치면 저녁에 죽어도 한이 없으리라는 마음으로 쉬지
아니하면 천리를 통할 단계가 심히 가까우리라. 모름지기 一寸光陰을
아껴 시종 폐하지 말지어다. 이 누구를 바라고 배우는가! 저 聖人과
賢人이로다.
◎ 接物箴 (사물을 대하는 법)
母惰而容人謂汝頑毋傲而言人實汝訕惟惰與傲戕德害常交接有道禮讓多方
溫溫其恭侃侃其良己下辭卑若乏才能雖彼横逆無庶子憎接物之際懼甚淵水
願恭而容願遜而言謙謙君子惟德之源
[해설]
너의 거동을 게을리 말지어다. 사람들이 너더러 완악하다 하리라. 너의
말을 거만하게 하지 말지어다. 사람들이 너를 비방하리라 오직 게으르고
오만한 것은 덕을 헤치고 道를 잃게 하느니라. 대인접물 하는데도 道理가
있고 禮儀를 갖추어야 할 일이 많으니라. 溫溫한 것이 이것이 공손한 道
理며 正直한 것이 그 致心이니라. 내 몸을 숙이고 내 말을 낮추어 재능이
없는 것 같이 하면 저 비록 횡폭한 사람이라도 거의 나를 미워 하지 아
니 하리라. 接物하는 데는 깊은 못과 엷은 얼음을 밟는 것 같이 조심할
지어다. 원컨대 너의 거동을 공경하며 너의 거동을 공경하며 너의 말을
공손할 지어다. 겸손한 君子는 오직 이 덕으로 근원하였느니라.
◎ 擇交箴 (벗 사귀는 법)
奧若友朋五倫居一會文輔仁大哉麗澤取之必端不可苟悅倘引非類胥溺輕薄
面渝胥憎行見戮辱宣擇我友相勉以德故郤鮑肆要入蘭室怨尤何匿勢利何逐
人苟賢歟我求汲汲我若不賢人拒乃迫巧辭令顔逆意逢欲初雖便快終致顚躓
浮華可戒質實足尙英銳可試淳懿爲上擇交之要槩不外是損益三友聖訓昭在
願銘座右願書諸紳內德外才仁賢寔親無忝而生庶不失身亹不怠德必有隣
[해설]
친구란 것이 五倫中에 들었도다. 글로써 모아서 인을 돕나니 친구의
덕이 크도다. 반드시 단정한 사람을 택할 것이요 구차히 좋아하는 자는
택하지 말지어다. 행여나 비류를 교유하면 다 경박 하는데 빠지는 것
이요 면찬만 하고 돌아서면 미워한 자는 장차 욕을 보이느니라. 마땅히
내 벗을 가려 서로 德義로써 권면하라. 항상 鮑肆(썩은 내음 나는 고기
전)을 멀리 하고 모름지기 蘭室(향기로운 방)에 들어갈 지어다 원망한
마음을 숨기지 말고 권세 있는 이를 상종치 말지어다. 어진 사람이면
내가 스스로 종유할 것이요 네가 만일 어질지 못하면 그 사람이 박절히
너를 거절할 것이다. 달콤한 말 아첨한 낯으로 너의 뜻을 맞추어 주고
너의 욕심을 채워주는 친구는 처음에는 좋으나 마침내 해를 주리라 부당
하고 사치한 사람은 경계하고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을 좋아할 것이며
영리하고 각박한 사람을 조심하고 순박하고 솔직한 사람이 제일 좋은
사람이니라. 인의 교훈이 소연히 여기에 있으니 원컨대 너의 좌우에
새겨두고 비단 띠에 써서 간직할 지어다. 內德外材하고 어진 사람을
진실로 친히 하면 너의 조상에게도 累德이 되지 않을 것이요 너 자신도
망신될 이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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