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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9-12-08 09:15:47, 조회 : 1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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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삽화 / 이경임      


겨울삽화 / 이경임


며칠째 눈이 내리고
하얀 섬의 입자들이 종일 흩날리고
며칠째 전봇대가 서 있고
한 개의 잎사귀도 달고 있지 않은

전봇대가 서 있고
베이킹 파우더처럼
부풀은 섬의 분말들이
섬의 꽃송이를, 섬의 둥근 뭉치들을
꽃의 언덕을
성의 여자로 만들고
버려진 신의 피리처럼
몸 속의 구멍들을 잃어버린 전봇대가
몇 십만 볼트의 소리 없는 소음들을
몇 십만 볼트의 기다림을
몇 십만 볼트의 죽음을 전송하며
산발한 남자처럼 서 있는




1963년 서울 출생
서강대 영문과와 전남대 대학원 영문과를 졸업.
1997년《동아일보 》 신춘문예에 시 <부드러운 감옥>이 입선되어 시단에 데뷔.
시집『부드러운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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