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미 / 최광임
야윈 달이 억새를 물어뜯는다
장엄한 달에게로의 순종
뜯기는 살점 바다 노을로 뿌려가며
백납같은 얼굴로 오스스 눕는다
가녀린 몸에서 신열이 오르고
석양은 더욱 붉은 기승을 부린다
바다는 힘센 고기 몇 마리 풀어
노을을 담아다 바다 밑으로 가두며
서둘러 장막을 치고
어둠을 딛고 단정히 일어서는 억새
그리움은 하얀색으로 명명해 놓고
배부른 달이 저벅저벅 중천으로 간다
강아지, 도꼬마리 풀이 웅성거린다
가을의 그리움은 붉은 것이라고......
쑥덕거림 속 낮 밤 없이 상사화로 핀 억새
그리운 것은 하얀 것임을 되새긴다
마른 바람에 부대끼는 하루하루
온전한 달이 거미줄 같은 빛살을 풀어
하늘로 닿는 길을 낸다
억새 온몸으로 하늘 길을 떠난 자리에
그믐밤이 내린다
1967년 전북 변산 출생.
전주기전여대와 대전대 문예창작과 졸업.
대전대 문창과 대학원 박사과정. 2002년
《시문학》으로 등단. '다층', '빈터' 동인.
시집 『내 몸에 바다를 들이고』.
계간 《시와 상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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