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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9-10-26 09:59:14, 조회 :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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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억새밭 / 고경숙      



붉은 억새밭 / 고경숙


어머니, 등을 대고
긁어달라 하신다

울퉁불퉁한 돌산
평생 걸어온 그 길을
손톱 밑에 핏자국 배도록 긁으면
활짝 피어나는 억새꽃
고된 날 손잡고
등뼈 마디마디 넘을 때마다
바람은 억새밭 사이 무섭게 불어
나는
그 밭 어느 언저리 엎어져
잠투정을 하곤 했다
붉은 억새꽃 활짝 터져버리면
어머니 먼 길 떠나겠지만
억새에 베인 상처 붙잡고
붉은 노을아래 울어버리겠지만
갈 길 몰라 가벼워 서운해지는 위에
새들조차 날아오지 않겠지
나
눈 감고도 그 길,
찾아갈 수 있을까?

바람 잦은 돌산 황폐해져
흐느끼는 억새밭
바람섬처럼 사소한 슬픔이
돌아앉아 있다.


1961년 서울 출생  
2001년 계간 [시현실]로 등단  
1999년 제 4회 하나.네띠앙 인터넷 문학상 대상  
2000년 수주문학상 우수상  
시집 <모텔 캘리포니아><달의 뒷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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