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 이용임
하늘에서 신발이 떨어져!
하늘에서 번개 맞은 구름이,
깜짝 놀란 그림자가,
산발한 처녀들이 떨어져! 쏟아져!
가방을 치켜든 사내들의 어깨에
7cm 붉은 하이힐에
근심스레 창문에 매달리는 눈동자에
버스 지붕 위에 커피잔 속에
화단의 팬지꽃 뚜껑 열린 낮잠에
상점에서 우산을 사는 사람들
건물 속으로 뛰어드는 사람들
애인이 벗어든 점퍼를 머리 위로 올리고
사이좋게 뛰어가는 연인들
그 연약한 고깔로 당신의 머리를, 당신의 어깨를,
당신의 심장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아?
비웃는 듯 웃음소리가 쏟아지네
사무치게 비명소리가 떨어지네
난데없이 어두워지는 오후
갑자기 소란해지는 거리
파랗게 뒤집힌 손톱을 세우고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는
악착같은 사랑이 이 고요한 지붕 위로 하얗게 몸을 뒤집는
나뭇잎 사이로
젖은 사람들이 끝도 없이 지나가는 풍경 속으로
소리 없이 오므라드는 당신의 심장 속으로
1976년 경남 마산 출생
숙명여대 전산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현 ㈜핸디소프트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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