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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09-07-20 10:00:39, 조회 : 1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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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감는 여자 / 길상호      




실감는 여자 / 길상호


그녀 탯줄을 뽑아 실을 감는다
달의 배꼽에서 쏟아지는 빛줄기가
지구의 이쪽 편을 감고 있는 새벽
실 올이 빠져나갈수록 쪼글쪼글
살갗에 실의 흔적 파내는 여자
저 끊어질 듯 위태로운  골을 따라
달덩이처럼 새하얀 아이들이
세상에 걸어 나왔다, 그들이
밟고 온 길 바늘에 꿰어져
무명천 같이 펄럭이는 시간 속에
때로 꽃으로 피기도 하고
때로 구름으로 흐르기도 하였다
그녀의 몸에 있던 무늬들
하나씩 거기 옮겨놓은 것이다
이제 다 파먹은 초승달처럼
움푹, 둥글던 몸 내려앉은 여자
그래도 가느다란 실 끝에
알처럼 둥근 달 키워 가는 여자
나의 한 가닥 실 올이
팽팽하게 실뭉치에 매달려 있다


1973년 충남 논산 출생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대학원 재학.
청림문학 동인.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그 노인이 지은 집> 당선
시집<오동나무안에 잠들다><모르는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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