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서는 바다 / 김경수
거인이 일어서고 있었다. 모든 시간이 정지해 있었고 천상의 문이 열리며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의 향기가 쏟아져 내렸다. 바닷가의 바람도 숨을 죽였고 오후의 뜨거운 햇빛이 일곱 색의 알갱이로 변해 모래사장으로 곤두박질쳤다. 더 이상 늙지도 않고 더 이상 죽지도 않는 거인이 성큼성큼 걸어 나오고 있었다. 거인이 해변을 거닐 때마다 우울한 지구가 기우뚱거렸고 천둥소리가 울렸다. 거인의 손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시침을 가진 거대한 시계가 들려 있었고 거인이 사용한 시간은 항상 현재였고 더 이상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나는 모든 사물들이 정지한 시각에 홀로 깨어 거인이 쥐고 있는 보석같은 현재의 시간을 무작정 길게 늘어뜨렸다
1957년 대구에서 출생했다. 1993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다. 계간 『시와사상』주간, 편집인을 역임했고 현재 계간 『시와사상』발행인이다.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한양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병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내과전문의, 의학박사이다. 현재김경수내과의 원장이다. 시집으로 『하얀 욕망이 눈부시다』(문학세계사, 1998년), 『다른 시각에서 보다』(하늘연못, 2001년), 『목숨보다 소중한 사랑』(세종출판사, 2004년) 와 『달리의 추억』(한국문연, 2009)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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