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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03-10 11:36:50, 조회 : 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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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오후 / 김선우

봄날 오후  /  김선우

늙은네들만 모여앉은 오후 세시의 탑골공원
공중변소에 들어서다 클클, 연지를
새악시처럼 바르고 있는 할마시 둘
조각난 거울에 얼굴을 서로 들이밀며
클클, 머리를 매만져주며
그 영감탱이 꼬리를 치잖여 - 징그러바서,
높은 음표로 경쾌하게
날아가는 징ㆍ그ㆍ러ㆍ바ㆍ서,
거죽이 해진 분첩을 열어
코티분을 꼭꼭 찍어바른다
봄날 오후 세시 탑골공원이
꽃잎을 찍어놓은 젖유리창에 어릉어릉,
젊은 나도 백여시처럼 클클 웃는다
엉덩이를 까고 앉아
문밖에서 도란거리는 소리 오래도록 듣는다
바람난 어여쁜, 엄마가 보고 싶다

1970  강원 강릉 출생.
1996년 『창작과비평』겨울호에 「대관령 옛길」등
        10여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함.
        현재 '시힘' 동인.
시집『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동화집 : 『바리공주』
산문집 : 『물밑에 달이 열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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