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에 핀 동백 / 홍은택
겨울이 가기 전에 꽃피고 싶었다 꽉 다문 잇새로 아뜩한 어지럼증이 새나왔다
이 방을 떠나야 한다 냉골의 장판에 싸늘한 몸을 세우려는 순간, 방안의 가구들
이 휘잉 돈다 채로 휘갈긴 팽이처럼 내 몸이 돈 것도 같다 몸 속에 붉게 피멍드
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캄캄한 방, 사방 벽에 별들이 돋아 무서운 속도로 돌
고 있다
춥다 지상에 서있는 것들 모두 이 어지럼증을 견디고 있나 눈을 감아야 환히
보이는 회전의 관성, 너를 중심에 두고 내가 도는지 내 속을 들여다보며 나 스스
로 도는지 문밖 바람이 채찍으로 내 정신의 몸통을 후려갈긴다 정수리 끝으로
몰리는 피, 핑그르르 원심분리 파편으로 피는 붉은 꽃잎들!
1958년 경기도 광주출생
한양대 영문과, 동대학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
대진대학교 영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1999년『시안』으로 등단
저서로『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시세계』,
『영어로 읽는 한국의 좋은 시』등
시집 <통점에서 꽃이 핀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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