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 문성해
아직까지 남아 있는 낭만자객이 있다면 단연 고양이다
그들은 아직까지 지붕을 애용한다
그 위에서 생선을 발라먹고 사랑을 낳고 달빛의 노래를 듣는다
아직까지 달빛이 푸른 치맛단을 말리는 그곳에선
나뭇잎들이 비파 소리를 내고 바람이 푸른 손바닥을 치며 간다
쓰레기통을 뒤지다 온 누추함까지도 말끔하게 지우는 지붕은
먹다 남긴 생선뼈들과 욕정이 묻은 털 따위를 세간처럼 묻히고 살아 있다
그것도 맨몸으로 비바람과 싸우며 살아 있다 지붕은
그 아래 세상 모르고 잠든 자들보다
친구인 고양이들을 위해 봉사하길 더 좋아한다
고양이가 등을 움츠려 지붕에 오를 때 보라,
지붕도 한껏 어깨 낮춰주는 것을,
지붕 위에서 놈들의 싸우는 소릴 듣는다거나
애기 울음 같은 발정난 구애 소리를 듣는 밤은
예리한 칼이 심장을 베고 가는 듯 얼얼해진다
그 위에 앉아 보는 상상만으로 나는 얼마나 전율했던가
무림 영화의 주인공처럼 술 호리병 하나 차고
허리뼈 부러질 각오로 한번 올라보고 싶어지는 그곳
오늘도 포구의 고양이들
횟집 지붕 위로 물 좋은 생선을 길어 올리며
퍼덕이는 지붕과 놀고 있다
경북 문경 출생
영남대 국문과 졸업
1998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자라 』『 아주친근한 소용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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