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도 중순으로 들어 서는 십일 초겨울 오후의 스산한 비 바람이
인천 공항에 어둠을 재촉하는 일곱 시 삼십 분에 이륙한 비행기가
하노이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어둠이 얼큰해 진 열한 시 삼십 분,
늘 그렇듯이 낮선 타국의 비행장은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 한다
베트남이란 곳은 아주 어렸을 적 알람미(베트남 쌀)라는 단어로 처음 들었다
그리고 월남전으로 우리에게 경제적인 득을 가져다 주기도...
전쟁의 후유증으로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안고 있는 곳으로 알았지만
공산화가 된 거리라고는 느껴지지 않게 차분하였다
다만 평등하게 분배 되었다는 토지로 하여 일정하게 자로 잰 듯이
지어놓은 집들이(3.5m~4m)꼭 닭장처럼 붙어 있는 풍경이 눈에 띠었다
하노이라는 지명의 뜻은 물 안에 있다는 뜻이라 했다
어느 곳이고 웅덩이만 파 놓으면 물이 고인다고 했다
이 나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존경하는 인물.호치민의 일화가 있다
<미국이 아무리 폭격을 해도 그 곳엔 웅덩이가 파질 것이며
웅덩이엔 물이 고일 것이며 물이 고이면 물고기가 살 것이고
그 고기를 잡아 먹으며 우리는 싸울 것이다>
그래서 일까? 집 앞마다 작은 호수가 있고 이 나라의 꽃인 연꽃이 흔했다
프랑스의 지배를 백 년 동안 받았지만 밤 문화는 없다는 가이드의 안내답게
호텔까지 가는 시내엔 어둠으로 침침했다
개인적으로 여행 때 마다 겪는 불면으로 걱정 했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나라와 두 시간 시간차)숙면으로 하노이의 첫 아침은 산뜻 했다
아침에 만난 하노이의 길거리...거리마다 쏟아져 나온 오토바이의 행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다 그 곳은 신호등이 없는 도시였는데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런 낮선 행렬에 평생에 볼 오토바이를 한꺼번에 다 보았다
그리고 무엇이라고 꼬집어 말 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힘이 느껴 졌다
이 곳은 우리나라 새마을 운동을 모델로 한참 건설 붐과 도로를 만드는
작업들이 곳곳에 펼쳐 있었다 덕분에 린빈으로 가는 도로 공사로 해서
낮선 이국의 남자의 등에 앉아 오토바이를 탈 수 있었다
하노이 서쪽에 자리한 <린빈>
오!!!나의 미력하고 모자란 수식으로 그 곳을 표현 할 수 있을지?
타임머신을 뒤로 돌려 원시시대로 들어갔다고 표현하면 맞을까?
석회암으로 되어있어 둥글둥글 여성의 유방 선처럼 다듬어진 산 아래에
펼쳐진 천혜의 무공해 얕은 호수 위에 각종 수종의 식물들,
이름 모를 물 꽃들,
천상의 몸짓으로 혼을 빼는 나비들,
화려한 색갈 옷으로 성장하고 나그네를 맞는 물 잠자리의 현란한 날갯짓,
하이얀 물 떼새들이 수 십 마리씩 집단을 이뤄 쪽빛 하늘을 무대로 놓고
너울거리는 춤사위,
나는 이 곳에서 지금부터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인도 차이나의 배경이 된 곳)
비록 연인이 아니어도 어깨를 기댈 수 있는 친구와
대나무로 만든 나룻배를 타고 아름다운 호수로 들어가
신이 주신 자연의 일부분이 되어 저 들과 한 번 얼크러져 볼 것이다
다만 이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만 눈 안에 담고 살지만
뚝 살 배긴 맨발의 슬픔이 담긴
가녀린 소녀의 눈망울과 가느다란 팔뚝으로 물속에 꽂아 밀어야 하는
대나무가 힘에 겨워하는 안쓰러운 마음만 아니라면
더 가벼워 져서 한 마리 사람 나비라도 되어질 것이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나풀거리는 수초의 움직임도 신비한 비경의
산 등성이로 흐르는 구름도 조는 듯 느릿한 바람결도 후끈한 열기도
들뜬 마음을 진정 시키지 못했다
저녁식사후 물의 나라 답게 물안에서 대나무에 끈을 달아 움직이는
인형극은 손재주에 능한 국민다운 멋진 공연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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