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6月 04日
맑았다.
아침 볶음밥을 먹었다. 아내는 그간 먹지 않고 내버려두었던 물김치와 볶아놓고 먹지 않았던 김치 같은 것인데 이것 모두 프라이팬에다가 탁 털어 넣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며칠째 밥솥에 머무는 밥 한 덩이를 넣고 비볐다. 두 아들과 나는 식탁에 앉아 있었다. 그렇게 비빔밥을 먹었다.
엊저녁 자정쯤이었다. 아내, 오 선생과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 생각난다. 경산, 남매지 가에 요즘 카페가 많이 들어섰다는 것과 내부의 인사문제를 이야기했다. 남매지 연못가는 청도 모 선생으로 1.2층 규모로 카페를 개점했다는 것이다. 청도 모 선생은 토요 커피 문화강좌 통해서 알 게 된 분이었다. 여기만 보지 않았지, 그 외 남매지 가에 있는 카페는 오며 가며 본 카페들이었다. 모 선생께서 차린 이 카페는 전에도 시장조사차 함께 가 본 적도 있었다. 위치가 아주 좋았다. 호숫가라서 동편에 있는 거라서 지겹지 않은 산책가라서 아마도 연인들과 학생, 많이 찾을 듯싶다. 작년에 문 열었던 주남저수지 ‘커피 여행’도 호숫가라서 시민들이 제법 많이 찾는 카페가 되었다.
동원 군에게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보다. 직접 듣지 않은 일이라 일기에 올릴 수 없으나 오 선생과 나눈 대화라 적어 둔다. 인간관계는 좋은 관계라면 아무 탈이 없겠지마는 좋지 못한 결과로 마음 상해도 맺고 가야 할 일도 있다. 직원 간의 문제인 듯 보였다. 본점에서 일하는 최 씨의 동생 최 씨도 동원 군 친구인 김 씨도 교육이 다 끝났다. 모두 실습으로 일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다음 주 모 선생께서 정식 교육을 받는다는 것과 하양 허 씨께서도 커피 교육을 듣겠다고 했다. 본점장 성택군은 이미 나간 강 선생의 말을 오 선생께 이었다. 창업했는데 한 번쯤은 와서 보아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전, 계양과 옥산이 생각났다. 물론 그 외 어떤 카페도 가 본 적이 없었다. 오 선생은 또 갈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단지 29
산지몇달되지않은기타가카페에있다.아!괜찮아요.현관문은몇되지않은딸기를늘곱게만졌다.허리구부리고머리폭숙인할미꽃,다음해를기약한다.깨진항아리는들어내지않는다.얼마깊지않은옥돌에쌓였다.무엇을담기에맞지않으나안해는더는뿌리내리지않는다.까만철대위에얹은생콩,아침마다푸른햇살만본다.어느쪽도굴절없이향맑은커피한잔만있다.
오후, 서 부장과 함께 한학촌을 거쳐 밀양에 갔다. 밀양에 사업하는 상현이, 커피 주문이 있었다. 밀양은 한 달에 한 번 아니면 두 번 정도 내려간다. 이곳에 내려오면 점심은 여기서 먹는다. 상현이가 만들어 주는 파스타가 점점 입맛에 맞아 들어가는 것 같다. 손님은 밀양에 사시는 분도 꽤 있지만 여기서 가까운 울산이나 창원에서 오시는 분도 많다고 했다. 지난달은 개점 이래 최대의 매출을 올렸다고 했다. 상현이는 나의 커피를 손님께 자부심을 품고 판매한다. 어느 집은 신비에 쌓인 듯 공급처를 잘 얘기하지 않는 반면에 여기는 그렇지 않다. 한 잔의 커피에 얼마나 정성을 담느냐가 중요하다. 애착이고 관심이 중요하다.
엊저녁 오 선생이 말한 카페를 보기 위해 차를 몰고 나왔다. 남매지 연못 가로 카페가 모두 네 군데 있다. 새로 생긴 1.2층 규모의 카페는 생각보다 주차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들어가는 골목길은 아주 좁다. 여성이 운전해서 들어가기에는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전에 청도 모 선생과 함께 본 자리는 아니다. 그러니까 주인장도 다를 수 있겠다. 훨씬 호수에 더 가까운 자리나 오십보백보 차이다. 잠재적으로 이곳에 카페 하나 더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안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화원에 후배가 경영하는 카페에 커피를 택배 보내야 하는 것과 포항에 주문 들어온 커피도 택배로 보내야 하는 일이 있었다. 겉으로 보는 느낌은 저 잔잔한 호수의 물결처럼 평화롭다. 정면에 들어가는 문이 있으나 옆에 차도에 내놓은 작은 이젤 판 위에 적은 글이 눈에 들어왔다. ‘개업 이벤트 행사’ 내용이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호숫가에 세운 자본의 아비를 보지만 정녕 자본은 여기서는 거리가 멀다. 몰라! 밤이면 얼마나 많은 자본이 이 호숫가를 거닐 것이며 그중 몇이 이곳까지 걸어올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 이 속에 어떤 철학을 담을 것인가? 그 어떤 철학도 담지 못하면 카페는 어느 곳에 자리하더라도 죽은 거나 마찬가지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카페? 카페는 담는 것이다. 무엇을 담을 것인가는 읽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질문하라? 나에게 아리랑 고개를 넘듯 아주 처절하게 하라! |
|
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