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6月 13日
흐렸다.
자금에 쪼들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 차이는 엄연히 있다. 우울하고 불안하다. 무엇을 해도 재미가 없고 무엇을 해도 적극적인 마음이 앞서야 하지만 머뭇거리기 일쑤다. 하지만 오 선생은 다르다. 엊저녁에도 밤늦게 들어왔다. 오 선생이 언제 집에 들어왔는지는 모른다. 밤새 빵을 구웠다고 했다. 어제 잠자리 들 때다. 우리 집 아이의 방에서 꼽사리 끼어 누워 잤는데 둘째 녀석이 한마디 한다. ‘아빠 왜 여기서 자요?’, ‘음 엄마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 그렇지, 엄마가 들어오면 아빠는 잠이 깨잖어!’ 했다. 그러면서 혼탁하고 무거운 머리를 뉘었다. 오늘 아침, 부엌에서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는 언제나 밝다. 밝은 아내의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또 환하다. 경영과 경비 생각하면 하루가 우울하지만, 매각되거나 문을 닫을 때까지는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한마디 쏘아붙였다. 그래 맞아! 아내의 말이 맞다. 언제였던가! 전에 진량 분점에 들렀던 일이 스쳐 지나간다. 거기는 점장이 두 분이다. 자매다. ‘본부장님은 경영만 하시잖아요. 내부 일은 그렇게 간섭하지 않지 않습니까? 우리는 경영뿐만 아니라 내부 일도 도맡아 하기에 매사 더 어렵습니다.’ 하는 거였다. 이 말은 메뉴 개발부터 고객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일이며 신경 써야 할 일이라 부닥치는 일이다. 맞는 말이었다. 오 선생이 일을 좋아하고 저렇게 매사 성취감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자금압박의 포승만은 채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압량 거쳐 사동 개장할 때였다. 이른 아침부터 손님 있었다. 엊저녁에 옆집에서 술을 드시고 차를 놓아두고 가신 손님이었다. 아침 카페 문을 열자. 아이스 아메리카노 4잔을 테이크 아웃해 달라는 손님이었다. 아침 이곳 문만 열어놓고 본점에 곧장 들어가야 했다. ‘주말 커피 문화 강좌’를 곧 열어야 했다. 하지만 손님께서 요구하신 커피를 친절히 만들어 드렸다. 더구나 아침 첫 손님이라 머그잔을 하나 선물로 드렸다. 손님께서 마음에 흡족했나 보다. 고마움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다.
본점, 오늘도 새로 오신 분이 세 분 있었다. 카페 소개와 더불어 교육방법을 얘기했다. 중년 여성이 많았다. 어느 한 분은 질문이 있었는데 ‘나이가 많아도 취업할 수 있는지, 또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있는지?’ 묻는다. 답변을 드렸다. 우리 카페 조감도 일 하시는 배 선생은 아마도 지금 교육을 들으시려는 분보다 나이가 많으실 겁니다. 또 병원에 일하시는 점장님, 사동, 영천 분점에 일하시는 점장님 모두 오십은 족히 넘으셨습니다, 했다. 이탈리아다. 현장에 일하는 바리스타의 평균 연령은 47세라며 나와 있는 어떤 책을 본 적이 있다. 지금은 자꾸 고령화되어가니 나이 많으신 분들의 일자리가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가 어디 가서 일하겠는가! 그렇다고 집에서 마냥 놀기에도 어정쩡하다. 서비스 시장에 우리의 일자리를 창출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적극적인 마음으로 어떤 종목에 관심을 기울여 전문화된 기술을 쌓으려고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단지 39
살구나무는경계에심었다.
사람들은떨어진살구는거들떠보지않았다.
어느동태에짓눌린것인지이미형체가없는것도있었다.
나는바닥긁으며짓눌린살구떼었다.
버섯명가 사장께서 전화 주셨다. 설탕시럽 만드는 방법을 전에 들었다만 어떻게 하는지 묻는 거였다. 나는 친절히 답변을 드렸지만, 설탕시럽 만드는 방법을 알고자 전화해 주신 거는 아니었다. 요즘 경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타 업종의 매출은 어떤지 궁금해서 전화한 거였다. 왜냐하면 ‘메르스’*인해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지로 매출은 약 15%에서 크게는 20% 준 곳도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일단 피한다. 그러니 카페나 요식업을 하는 곳 목욕탕, 당구장, 할 것 없이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은 어지간히 힘들게 됐다.
시마을 모 형님께서 전화 왔다. 오래간만에 경산 들어가니 오늘 카페에 있느냐는 것이다. 카페 있다며 커피 한잔 드시러 오셔요 하며 친절히 말씀드렸다. 작소야 요즘 어떠노? 하며 묻는다. ‘메르스’ 때문에 어지간히 힘들다며 말씀드렸다. 그러니 웃으시며 하시는 말, 거기 메르스 환자들 모여 있는 건 아니겠지. 호! 네 메르스 때문에 카페 텅텅 비웠으니 안심하고 오십시오.
작년이었다. 그러니까 카페 공사하며 심은 살구나무가 있는데 심을 때는 왕 살구였으면 하고 심었다. 살구가 열린 건 오늘 처음 확인했다. 꽃이 피고 열매가 불기 시작하는 건 때때로 보았는데 그간 일로 한 며칠 보지 못했다. 오늘은 제법 노랗게 익은 것도 있고 몇몇은 떨어진 것도 있었다. 모두 씨알이 작은 거였다. 근데, 건물 뒤에 심은 한 그루가 왕 살구다. 따먹으려면 한 며칠 있어야겠다. 그래도 왕 살구가 한 그루 있다는 건만도 마음이 흐뭇했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아직 따먹지는 않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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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