鵲巢日記 15年 06月 08日
오전은 잠깐 맑았으나 오후에 한차례 비가 내렸던가 보다. 사동에서 노동청에서 나온 직원과 대화하다가 나와 보니까 빗방울 몇 방울 떨어졌는지 땅이 젖었다.
오전, 사동 개장하고 본점으로 곧장 들어갔다. 오늘부터 커피 교육 새로 받는 분이 있었다. 약 두 달가량 커피에 대한 이야기와 실습을 몸소 체험한다. 오늘은 첫날이라 ‘카페리코’ 사업을 하게 된 동기와 그간 어떻게 사업이 진행됐는지 말씀을 드렸다. 교육을 참관해서 들으시는 선생도 한 분 있었는데 다소 궁금한 점이 있었다. 몇몇 질문이 있었다.
일기를 읽어드릴 때였는데 밀양에 사업하는 ‘에레모사’ 이야기다. 교육 등록하고 사업하기까지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현지를 볼 수 없으니 설명에 애로사항은 좀 있었다. 그러니까 건축은 어떻게 했는지 건축한 지금은 어떤 분위기에 어떤 손님이 오시며 매출은 어떻게 올리는지 말이다. 상현이가 운영하는 ‘에레모사’는 성공적이라 건축을 원하는 분이면 본보기로 삼을만한 카페다.
카페 조감도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 사동에 있는 카페가 영업은 되는지, 규모에 합당한 수익성은 있는지 말이다. 규모가 크다고 해서 영업이 잘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큰 규모의 카페도 실은 아니다. 요즘 워낙 큰 카페가 많이 생기는 추세라 100평은 카페의 일반적인 모형이 되었다. 규모 큰 카페가 오히려 유지하기가 더 힘들 텐데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로 교육의 중요성을 들어 일관했다. 내일은 마케팅에 관한 내용을 얘기하기로 하고 마쳤다. 약 두 시간 가까이 교육 가졌다.
오후, 노동청에서 파견한 직원 두 명이 카페 조감도에 찾았다. 노동계약서와 그 계약서에 맞게 임금은 나갔는지 확인했다. 임금이 많이 나가든 적게 나가든 상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노동법에 맞게 적용되는 항목이 있다. 그러니까 시간제로 했으면 일한 시간만큼 월급이 나갔는지 주당 몇 번을 쉬며 그 쉬는 날, 주휴수당은 나가는지 퇴직금은 어떻게 지급하는지에 관한 말이었다. 주휴수당과 퇴직금 문제가 아니면 큰 문제는 아니나 그 외 수당항목을 결국은 바꾸어 기재하라는 뜻이었다. 실지로 다른 카페에 비하면 월급이 많이 나가는 것이 맞지만, 항목의 이름이 달라서 사용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피해를 볼 만큼 직원을 대하지는 않으며 또 직원도 남에게 해할 만큼 악한 사람은 여기에 아무도 없다며 얘기했더니 꼭 그렇지만도 아닐 거라며 일축했다. 노동청에서 오신 분들의 말씀이 옳았지만, 꼭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노동청도 국가 기관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단지 33
까만뚜껑과까만빨대는잔과함께한다. 잔은아메리카노,주로담지만카라멜마끼아또와카페모카도가끔은유자와핫초코같은것도담는다. 아메리카노찾는손님에나는위안한다. 커피뽑을때마다풍겨오는향은내몸을더욱가볍게한다. 잔은늘허기진것처럼커피만얘기하지만, 커피는실은세계에있다. 잔은더도덜도아닌딱그만큼만담아그모양에맞는삶의뚜껑과지혜의빨대를꽂는다. 잔은오늘도버려질것이다.
압량, 옆집 성당을 새로 짓는다고 공사판이 아주 난장판이었다. 행인도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대형덤프트럭이 아예 길 막고 섰다. 오늘은 더욱 비까지 내려서 도로바닥도 모두 황토와 흙탕물로 뒤범벅 되었는데 여간 보기 흉하다. 거기다가 덤프트럭의 엔진소리는 내내 꺼지지 않아 소음공해가 만만치 않았다.
저녁은 모닝 빵에다가 딸기잼 발라서 먹었다. 이 모닝 빵도 배고프다고 많이 먹으면 별로 좋지 않다. 허기가 있더라도 한 개나 두 개 정도가 맞다. 우유에 곁들여서 먹으면 더욱 맛있는데 어떤 때는 밥보다 더 편해서 요즘은 자주 찾게 된다. 아까 압량 오기 전, 서 부장과 함께 본부 마감하고 학교 앞에 나가 이 모닝 빵을 사서 왔다.
단지 34
엄지손가락하나든것처럼기골이장대했다. 낮은내모르는차까지호령하며이곳을알려주었고 밤은반딧불처럼밝아등대가따로없었다. 한껏발기한그의피부를만지면탱탱하기가그지없어 이곳은아직도건장하다며한마디내뱉는듯했다. 나는또가까이가그를만졌다. 참으로탄력적이며밝기까지해서 이희망의빛이과연어디까지닿을것인가! 베토벤의황제가흐르고몽키디루피의꿈이흐르는이곳, 저지나는많은차가버쩍든이엄지손가락앞에자지러지길바랐다. 이리하여손이끊이지않기를바랐다.
압량 에어간판을 수리했다. 아무 이상이 없었다. 단지, 전선 어딘가에 끊어진 것 같다. 봉고가 와서 가볍게 손보아주고 갔다. 참, 고마운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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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