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나는 오늘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의 할 일을 한 것 뿐이다.
오늘 최후의 거절을 당했다.
자신을 질책했다. 집에 오는 길에 교회에 들러 잠시 기도를 드렸다.
신께서 다시 한번 나를 버린 것을 감사드리고 또 앞으로도 버려줄 것임을....
그러나 나는 신에게 감사한다.
나는 가슴이 몹시 뛴다. 틀림없이 목욕 때문이다.
달도 저물어 버린 새벽이다. 이제 막 하루의 과제를 끝마쳤다.
나는 내가 스스로에게 과제를 부여한다. 친구들은 이런 나를 비웃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신기하게도 나의 이런 훈련에 만족한다.
"탄환은 심장을 동경한다." 이 이상한 싯구의 주인을 찾으려고
오늘은 러시아 혁명사를 모두 다 읽은 샘이다.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 이 사람이 누구인가?
위대한 한 혁명가를 뒤따라 다니다가 문득 이 사람이 나와 무슨 상관인가?
나는 나대로 사는 것이고 그는 또 그대로 글을 쓰고 삶을 살았을 것이다.
내버려 두자. 모든 사람은 자기 최선을 다할 수 있을 뿐이다.
여타의 것은 자기 별에 이미 적혀 있다. 어린왕자의 별엔 장미 한송이가 있다.
그것은 인간의 예상을 초월한다. 평온하다.
난 어린왕자를 사랑한다. 그는 나에게 보석처럼 소중하다.
아, 나는 얼마나
사소한 것, 추잡한 것, 사치한 것, 조잡한 것, 잔인한 것, 조야한 것을 증오하는가!
그러나 나는 그속에서 몸부림치면서 벗어 나지 못하고 잇다.
아니다, 그것은 진리일 뿐이다. '나는 해야만 한다'는 것......
그것에 의해 살고, 그것에 의해 나의 생과 정신을 분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고 싶다가 아니라 '......해야만 한다'가 나에게는 진리다.
그러나 진리는 진리일 뿐이다.
자기 훈련, 목적 의식, 겸손하고 자기의 환경을 의식한 일에 대한 인내를
사람들은 나에게 요구한다.
행복이란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의해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것을 얻기 위해 우리가 밤낮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은 충만하고 완벽한 순간에 근거를 두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난 요즘 권태를 느낀다. 매일같이 똑같은 나날의 경과,
깊은 밤중까지 똑같은 피곤과 똑같은 기이한 만족......
그것이 나의 생활이다, 그것이 전부이다. 난 신문이나 잡지를 전혀 읽지 않는다.
그러기엔 내 눈과 손이 너무도 피곤하고 맥빠져 있다.
그러나 지루하지는 않다. 아마도 난 지루해 할 시간이 없는 모양이다.
인생에는 단 한 번 부활절이 있다. 운명과 속죄, 사랑! 어둠 속,
아름다운 촛불 앞에서 글을 쓰고 있다.
이 피아노 소리는 어디서 들려 오는 것일까?
별들은 바람에 날려 어디론가 가고 있다.
동쪽으로 가는 별들은 검은 바다 속에 침몰하고 말 것이다.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와 바다 냄새가 은빛의 별보다 더 아름답진 못하다.
그러나 지금 가로등처럼 어두운 골목길에서 타오르는 별들이 있어 내 삶은 행복하다.
그들은 이 추운 겨울에도 아름다운 숨을 쉰다.
별아, 네가 있는 것을 알기에 나는 행복에 겨워 울고 있다.
결코 너에게 도달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나는 동경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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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일기 (운영자 : 이혜우)
▷새로운 시인을 기다리며
▷삶을 위한 에세이
▷시의 길을 가는 젊은이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