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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3-06-25 10:01:11, 조회 : 2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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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현대문학>신인상 추천작 / 한인준      


그런 날 외  / 한인준


  그런 거 있잖아.
                                                   그런게 뭔데.

  서로 마주 보고 앉은 탁자에서 '그런'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
  왜 자꾸 나는 당신에게 '그런'걸 말하고 싶은 걸까

  그런 거 있잖아.
                                                  그런 거라니.

  나는 탁자 위에 놓인 빈 꽃병을 본다
  당신은 탁자를 치운다
  거실 바닥에 그 빈 꽃병이 놓인다
  말없는 당신이 방으로 들어간다. 거실이
  뒤따라간다.

  우두커니 나는 혼자서 다른 '꽃병'을 떠올린다. 떠올린 '꽃병'에
물이 담긴다
  '꽃병'이
  부서진다. 나는 젖은 채로 새로운 '꽃병'을 사러 나간다
  돌아가지 않는다
  길거리에 골똘히 서서 '꽃병'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꽃병' 탓을 한다

  '그런' 걸 설명하지 못하거나
                                      '그런' 걸 설명했다고 착각하기도 해서

  마르지 않은 채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만들고 부서
뜨린 수많은
  '꽃병'들, 오늘은 모두가 젖어 있다





야호


  북쪽으로 갔다. 북쪽, 북쪽은 내가 이미 지나간 남쪽, 우리는 사
방에서 맞주친 한때였거든. 반갑다. 나는 내 유년에게
악수를 청한다

   이 산은 너무 혹독하잖아. 돌아보지 말고 뛰어오르자. 빈 무덤
에 부서진 들꽃이

  여기서 또 넘어졌니. 그래 나는 내 단골이란다. 멍이 든 무릎 위
로 수십 번 겨울이 쌓이지. 네가 버린 메아리가

  저기에 살고 있다. 그런데 고산병은 어디에 있나요. 높이 가면
반드시

  넓게 보나요. 우리에게 부는 바람조차 정상이 있다. 표정이
보이지 않아 목소리만으로

  내 등에 업혀서 헤매지 않는다. 괜찮아. 너는 내게
  잘 들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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