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구름을 잡고 달 속을 들락거리고, / 박미산
잔솔 타는 연기가 새벽안개에 섞여 어두운 부엌에서 마루로 올라오고 있어요 약사발을 든 어머니, 얼굴이 없어요 하얀 치맛자락이 약사발을 들고 안방 문지방을 넘네요 잔솔 타는 소리와 함께 울음이 건넌방에 흘러들어오고 있어요 여자의 눈에서 피가 흐르네요
어머니의 버선발이 안개에 젖네요 안방에서 구르던 울음조각이 어머니의 부엌으로 따라 들어가 아궁이에서 타는 불섶에 뒤척이며 울고, 구름처럼 떠다니는 아버지는 둥근 것들을 부화시켰어요 어머니의 둥근 배, 작은댁의 둥근 배도 탐스럽지요 바람을 흔들며 아버지는 또다시 다른 달을 찾아가고, 미처 자라지 않은 아이는 작은댁의 배에서 굴러 떨어지고 무정한 시간에 구름보다 무거운 아이 하늘을 덮으며 다시 태어나네요, 화장터의 굴뚝에서 연기를 피우며
어머니의 부엌에서 연기를 먹으며 아이는 자라고,
가마솥에서 미역국은 설설 끓고 있고,
어디선가 아버지는 구름을 잡고 달 속을 여전히 들락거리고,
인천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2006년 계간 『‘유심』 시 부문 신인상
200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루낭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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