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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0-02-16 10:24:52, 조회 :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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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가 여물을 거의 다 먹어갈 무렵 / 고영민      


소가 여물을 거의 다 먹어갈 무렵 / 고영민


뜻밖입니다
당신이 오신 것은

곧 날이 천천히 풀린다지요
올 겨울엔 냇가 물이 얼마나 깊게 얼었던지
온통 계곡이 흰빛입니다
툇마루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저 어르신은
뇌졸증을 앓은 뒤 말하는 게 어눌해졌습니다

비탈을 오른 지가 한참인데도
당신은 여전히
그 자리입니다
마음이 성한데 어찌 그만두겠습니까
사랑합니다
그만 쉬어도 좋으련만 그만둘 생각이 없습니다
사랑합니다

가시려구요?
시간이 이렇게 되어버렸군요
아쉬움이 쉬이 가시지 않습니다
괜스레 미안해집니다
또 뒤늦게
오도 가도 못하는 저녁처럼
구박에 담긴 내 이른 다짐이
오래오래 궁금합니다



1968년 충남 서산출생
중앙대학교 문창과 졸업
200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악어 』『공손한 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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